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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실록] 08 - 가네쉬 축제

문★성 2011.09.12 15:52 조회 수 : 71





(사람들이 덮어쓴 빨간 물질은 피가 아니라 축제용 빨간 파우더이다. 오해마시길)


추석을 쇠는 대신 이곳 인도 마하스트라주의 최대 축제인 ‘가네쉬 짜뚜르띠’를 구경갔다.  
‘가네쉬’는 다른 말로 ‘간빠띠’(우두머리란 뜻)으로 불리기도 하는,
코끼리 머리를 달고 있는 힌두교의 신으로 파괴의 신인 ‘시바’의 아내인 여신 ‘칼리’가
자기 살을 뜯어내어 만들어낸 아들인데 시바가 이를 몰라보고 실수로 머리를 잘라
죽여버린 후 자초지경을 전해 듣고는 황급히 집 앞에 지나가는 코끼리의 목을 잘라
아들의 몸에 붙여 현재의 저런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시바는 미안한 마음에 아들에게 인간에게 복과 행운을 주는 능력을 쥐어주었기에
다른 신들보다 인간에게 오히려 더 대접을 받고 있는 형국인데,
다만 델리와 같은 북인도나 타밀과 같은 남인도에서는 이러한 축제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니
인도는 참으로 넓고 그 다양성은 끝이 없다 할 수 있겠다.  

축제는 무려 십일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마지막 날 24시간 동안의 거리 행진으로 막을 내렸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워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춰대며 흥겨운 잔치를 벌여댔다. 난 종교적으로 맞지 않는지라 보다 보니
두통까지 느껴지고 극심한 피로감에 헤롱대다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하튼 사람은 미여 터질 정도로 많되 술 마시는 사람은 전혀 없고 젊은이들 뿐만이 아니라
할머니나 갓난 애기들까지도 손에 손 잡고 나와 구경하는 등 가족적 축제의 훈훈한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축제 뒤에는 집집마다 모셔놓고 있던 가네쉬 상을 강에 띄운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인도에는 축제도 많고 음악만 틀면 다들 술 한 잔 마시지 않고도 신나게 춤추며 잘들 놀아댄다.
그에 비해 점잔빼기 급급해 전통적인 축제 하나 보기 힘든 한국......
결국 배출되지 않은 답답한 스트레스가 세계 제2위의 자살률을 만들어내고
밤새도록 게임에 탐닉하고 있는 청년들과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장년들을
자아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은
아침에만 고요할 뿐이잖은가.



ㅁ 2011년, 인도 푸네에서, http://WWW.MOON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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