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돼지고기를 식당은 커녕 마트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척박한 삶도,
주육일제에 일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에 하루 쉬는 이상한 업무시스템도,
코가 따가울 정도의 강렬한 암내가 풍기는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그리고 그놈이 다 그놈같은 수십가지 인도식빵과 수백가지 카레도,
어딜가나 정말 민망할 정도로 뚫어져라 사람을 쳐다보는 인도인들의 눈길까지
조금 살다보니 익숙해지는구나. 그럭저럭 살만하다 느껴지는구나.
나도 인간이라 하는 말인데, 인간은 참 무섭다. 이렇게나 적응을 기어코 하고야 마니 말이다.
이 추세라면 한 달 안에 손가락을 노랗게 물들으며 카레밥을 손가락으로 비벼먹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인도식 콧수염을 기르고 앉았을 수도 있겠다.
아아. 인간은 참 무서운 것이로다.
2011년, 인도 푸네에서, http://WWW.MOON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