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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위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와 그 앞에 지나 가던 사람 하나.

잘 살피면 두번째 사진에서도 새가 보인다)


3월부터 넉달하고 보름 가까이 진행되었던 말레이시아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와 함께 비로소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2년 간 여러 곳에서의 프로젝트 중에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라고 자부한다.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했는데

보란듯이 멋지게 끝맺었다. 좋은 성과와 함께 떠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노릇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하여 말레이시아를 떠나게 되었으므로 이 글은 말레이시아에 대한

마지막 실록 되겠다.


지금까지의 싱가폴이나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는 달리

말레이시아의 킴벌리 클락 사업장은 지방 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차를 타면 세 시간, 기차를 타면 네 시간 반이 걸리는 곳.

그러다보니 꽤나 오랜 기간을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말레이시아를 바르게 이해하고 인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기는 투명하여 밤이면 하늘에 깨소금 뿌려놓은 듯한 별들이 반짝 거리고

어느 곳 하나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으며 따뜻하고 소박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사는

이 조그마한 도시가 말레이시아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상관없잖은가.

내가 만난 말레이시아가 진짜 말레이시아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할지라도

분명 난 말레이시아에 있었고, 제법 긴 시간 동안 그 땅위에 발을 얹은채  

그 땅의 사람들과 매일 마주하며 살았으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 그 어느 하나

거짓은 없었다. 그러니 그저 난 지난 넉 달 동안 좋은 기억들을 준 말레이시아에게

흐뭇함으로 반질해진 감정을 소중히, 그리고 기꺼이 품고 돌아가면 되는 것 뿐이다.


물론 여성들의 히잡으로 상징되는 무슬림 특유의 답답함이라든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

쿠알라룸푸르를 다시 가지 않게 만들었던 기분 나쁜 택시기사들과

태국이나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맛없는 음식 등이 아직까지 머리에 남아 있는 걸보니

이별의 감흥이라는게 대만이나 싱가폴, 태국을 떠날 때에 비해 그리 뭉클하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 또한 조금은 어중간한 문화적/경제적 포지셔닝을 견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현상황과 잘 매치가 되는 것 같아 외려 내겐 재밌다.


자.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지만 일단은 안녕이다. 좋은 도시, 좋은 집에서

즐거운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떠난다. 그간 도와준 말레이시아 컴벌리 클락의

라우, 아즈릴, 자마니, 라주, 자므리, 얍킨성, 자일라니, 자스마니 등등

이 글을 읽지도 않을 것이며 읽을 수도 없을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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