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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독립기념탑 '모나스' 꽤나 크다)

20일 정도의 짧은 일정을 잘 마치고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왔다.
말레이시아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방문했던 나라 중에
가장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나, 막상 가서 돌아다녀보고
사람들과 이마를 맞대며 같이 일해보니 말레이시아와 공통점은 있을지 모르되
그 공통점들이 담겨져 있는 얼개는 많이도 달랐다.
뭉뚱그려 비슷한 나라라고 부르다간 항소 받고 대법원까지 갈 분위기라고나 할까.

말레이시아가 살기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지하철도 잘 깔려있고,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이 많고 간판도 대부분 영어라 의사소통도 그나마 쉬운 편이다.
허나 ‘편리’와 ‘편함’이 동의어는 아니니, 비록 편리하지는 않지만 편하다는 느낌을
준 곳은 오히려 인도네시아였다. 격이 없이 살갑게 대하는 사람들이라던가,  
베트남 수준으로 저렴한 물가, 어디 가나 볼 수 있는 밴드나
히잡을 벗어 던진 여자들을 통해, 활개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깨를 으쓱하며 내민 듯한 자유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자카르타였다.

특히 물가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업무 탓에 똑같이 택시를 세 시간씩 타야했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36,000원, 말레이시아에서는 대기료 제외하고 11만원이 나왔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차이 아닌가? 식료품 값도 많이 저렴하고, 전용 운전기사를
두는 것도 한 달에 20~25만원이면 된다고 하니 같은 벌이면 훨씬 더 호강하면서
살 수 있는 곳이 인도네시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안 좋은 면도 있다. 살인적인 교통체증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곱게 ‘묵혀진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인구 천만의 메트로폴리스 치고는 그리 미덥지 않은
치안의 문제도 외국인에게는 치명적이다. 공해로 인한 답답한 공기와
쇼핑몰 말고는 놀러갈 곳 없는 빈약한 인프라도 감점의 요인이 되겠지.
게다가 후진국 특유의 부정부패도 큰 문제라고 하던데 우선 나부터도 처음
인도네시아 들어올 때 아예 입국수속 자체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에이전트가 여권을 받아가 출입국 사무소 직원과
뭔가 속닥속닥 거리더니 알아서 도장 받고 와서 샛길처럼 난 전용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게 해주었다. 다른 외국인들은 줄을 길게도 서 있었는데
난 5분도 기다리지 않고 마치 외교관이나 된 양 특별 대우를 받은 것이다.
뭔가 싶어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게 다 뒷돈을 물려주어 그런 것이란다.
이쯤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가 받은 '편한 느낌'을 무채색으로 덧칠하지는 않은 듯 하다.
아마 곧 다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까지는 그대가 준 달곰한 기분을
고이 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있으리,

또 만나자고. 안녕 인도네시아. 뜨리마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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