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 고속도로의 풍경. 갓길도 가볍게 무시되고 있다)
그 동안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비슷한 종목에서 악명 높은 베트남의 호치민씨티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하철이 없고 버스시스템이 변변찮은 인구 천 만의 대도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마다 차나 오토바이를 몰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도록 했으며
간선도로가 몇 있지도 않은 비실한 도로시스템은 이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여
결국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속 터지고 겉도 터지는 찬란한 교통체증을 빚어내고 있다.
호텔에서 새벽 6시 30분에 출발하면 30~4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를
회사에서 저녁 6시에 길을 나서면 두 시간을 훨씬 넘게 소요해야만 한다.
노트북과 아이패드, 무가치한 선잠으로 때우고는 있기엔 너무도 아까운 시간들이다.
게다가 수많은 차량들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이 ‘세계 최악의 공해를 자랑하는 도시’는
차창을 바라보는 한줌의 즐거움 마저 허락해주지 않는다.
수만 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고 한국인 교회만 스물 두 개가 있으며
삼성과 LG가 아주 단단하게 휘어잡고 있는 탓인지 한글 적혀있는 간판도
꽤나 자주 볼 수 있는 이 도시는, 한국인에게 그렇게나 호의적이지만서도
이 교통체증 하나만으로도 주섬주섬 다가가 수줍게 말 걸어 보고플 정도의
매력을 나로 하여금 느끼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
바쁜 첫 주를 보내고 다소 한가해진 토요일 이른 아침의 호텔 창가에
일장검 짚고 서서 벌써부터 답답해져버린 거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혼자서 저 곳에 뛰어들어 주말을 보내기가 두렵기만 하다.
임재범의 노래가 귀에 스치운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꿈을 보여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