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대한 불만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나로선 그래도 유한킴벌리에 매우 감사한 마음인게
40개월 가까이 일하면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유있게 놀고 먹은 적도 있고,
잠 한 숨 안 자고 끝이 없는 업무로 밤을 지샌 적도 있으며
사무실 벽에 머리를 연거푸 짓이기며 잘 풀리지 않는 과제에 신음해보기도 했고
이처럼 외국에 오래 나와 생각도 못한 환경에서 오래 살아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 회사에서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한 유한킴벌리에서의 시간을 되짚어보면 그 중 가장 뜨거웠던 시절은
2007년도 중순부터 2009년도 중순에 이르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사진에 보이는 스크린샷은 그때 프레젠테이션 용으로 만들었던 자료들인데
이런 식으로 철학, 미술, 음악, 경제, 심리, 신학, 문학, 역사 등 갖은 종류의 학문들에
닥치는 대로 머리를 들이밀어 자기 계발에 열을 쏟았고, '진리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꽤나 배부른 사유에 침잠하여
혼자 가슴을 두드리며 달궈진 심장을 달래기도 했고, 벅차오르는 '앎'에 대한 감동을
도저히 속에 담아둘 수 없어 문성닷컴에 제법 요란한 글들을 쏟아내던 것이
바로 그 때의 일이었다. 섣부른 소설까지도 몇 편이나 써제꼈을 정도였잖은가.
많지 않은 나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인생에는 때가 있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하나의 때가 지나면 그와는 다른 때가 찾아오고,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시기가 찾아오는게 인생이라는 거다.
뜨겁던 내 자기 계발의 시기는 2009년 7월, 지금의 프로젝트에 들어오면서
갑작스레 끝을 맺었고,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단계에서 전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단계 또한 조만간, 아니 언젠가는 막을 내릴 것이고
난 또 다른 삶의 시기로 진입하게 돌 것이다. 그 때 다시금 자기 계발에 심취할 수 있다면
좋으려니와 그렇지 않더라도 무엇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시기를
내 인생의 또 하나의 멋드러진, 기념할만한 기간이라 자긍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의 나는 2009년 중순까지의 자기 계발의 시기를 '참으로 뜨거웠다'라
부끄럼없이 자평한다. 몇 년 후의 나는 지금의 시간과 지금의 나 자신을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 그 답을 차분히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맹렬히 노를 젓던 너의 결혼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거냐?
새로운 기획과 도전으로 내면의 발전과 충족은 있으되,
거만해지지 않는 '문 성' 씨께 경의의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