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빌딩인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인 대만의 타이뻬이 101. 출장 덕분에 찾아가보게 된 명소다.
수 KM 밖에서도 보이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이들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입을 떡 벌린 채 그 장엄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것도 잠시,
저렇게라도 해서 자신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대만과 말레이시아의
처연한 몸부림이 느껴져서 되레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특히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환하게 밝힌 불은 세계를 향한 말레이시아의 아우성인양
내게는 조금은 섬짓하게 다가왔다.
“날 보세요! 이렇게 높잖아요! 이렇게 밝잖아요! 저 이렇게 잘 살아요!
이렇게 잘 나가는 나라라구요!!!!!”
소위 잘 나간다는 선진국들은 저렇게 앞다투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가장 긴 다리,
가장 넓은 광장 같은 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지는 않잖은가. 그것 아니고서라도
다른 나라의 관심을 충분히 받고 있고 사실 그 관심이라는 것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중국의 방해로 유엔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 세계의 약자 대만과
싱가폴을 제외한 다른 동남아 국가보단 월등히 잘 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란 이름으로 한데 묶여 후진국 취급 당하는 말레이시아는,
이렇게라도 해야 세상의 시선을 모으고,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평가를 일천하며
국제 사회에서 좀 더 대접을 받고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들이며
수출도 불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닐까.
그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오늘도 타이뻬이 101과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세상을 향해 소리지르고 있다.
날 봐요.
날 봐요.
날 봐요.
하지만 과연, 세계는 그들을 주목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