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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안다구.
각 나라의 문화는 그 나름의 이유와 정당성이 있으며
고작 한 달 반 체류한 외국인 따위가 고까운 표정으로 왈가왈부, 가타부타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항시 내 심정을 거북하게 하고 실존적 의문을 끝없이 야기시키는
저 무슬림 여인들이 쓰고 있는 '히잡'에 대해 그저 '나름의 유구한 전통이다'와 같은
허울좋은 미사나 '끽소리 하면 안 될 불가침의 영역이다' 식의 눈가림과 함께
트리플 악셀스러운 회피를 감행하기엔 수다스런 내 심장이 내지르는 질타의 소리에
신경쇠약에 걸려 여러 밤을 미쳐 괴로워하다 급기야 나 또한 히잡을 덮어쓰고
종로거리를 활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이곳에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기실 그러자고 만들어놓은 문성닷컴 아니겠는가.

첫 번째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여자들은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히잡을 쓰고 다녀야 하며, 죽을 때까지 집 안을 제외하고는
이를 벗지 못한다. 집 안에서 벗고 있다가도 손님이 오면 당장 덮어써야 한다.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 손님이 와도 얼른 써야 된단다.
벌써 여기서부터 히잡이 실용적인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원칙을 위한 원칙에
다름 아니다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글쎄, 유혹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의 시대에 여성의 머리가 남성을 어느 정도로
유혹할 수 있을까. 몸매의 노출이나 과시를 규제하는 것 정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니스커트를 입지 말라’.  ‘몸에 너무 딱 붙는 옷은 입지 말라’  정도면 고개 끄덕이며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그런 옷들 제발 좀 입고 오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머리칼은, 옛날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현대에 있어서는 그리 유혹의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옷이나 가방과 다름없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정상적인' 방법일 뿐이다.

아니, 백 번 양보해 유혹이 된다고 치자. 그렇지만 여성의 아름다운 머릿결로 인해
동한 남성의 마음이 그리 죄악시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머리칼로나마 상대방에게 끌려야
사랑에도 빠지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것 아니겠냐는 말이다.

두 번째 사진에서처럼 다양한 히잡의 형태 정도는 허용이 되는 모양이긴 하다.
대도시에 갔더니 반짝이로 화려하게 수를 놓은 것도 있더라. 젊은 여자일수록 히잡에 더
공을 들이는 듯하다. 의상에 있어서는 짧은 치마나 앞이 파인 상의는 허용이 안 되는데,
바지류는 또 괜찮은지라 이를 또 잘 간파하여 아주 타이트한 바지에 킬힐을 신고 다니는
여자도 여럿 봤다. 물론 머리엔 히잡을 덮어쓴 채 말이다.

진화심리학을 거부하는 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여성의 타고난 본질이라 믿는다.
그 본질이 심각하게 억압되는 상황에서 '자수를 놓은 히잡', '타이트한 바지와 킬힐',
'명품가방' 등 원칙상의 허점을 찾아내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려고 애쓰는
그들이 못내 가여울 뿐이다. 기독교니 이슬람교니 하는 종교적 구분을 떠나,
그냥 이 나라의 여성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 여성들처럼 누릴 것을 당당히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 편에서 말했듯 이 건에 대해서는 몇 번 더 글을 이어갈까 한다.
가능하다면 히잡을 쓰고 있는 여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픈데,
프로젝트 팀에는 무슬림 여자가 없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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