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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
(보자마자 '주시 후레시~'로 시작되는 옛 TV광고가 떠올랐다)

말레이어(바하사), 영어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간판에 들어가고
중국어 또한 꽤나 많은 간판에 포함되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아랍어, 힌두어까지 들어가 있기도 하다. 주인이 어느 민족이냐, 대상 고객층이
어느 민족이냐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엄연한 공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러 가지 언어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이유는
여전히 자기네 고유의 언어가 더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저들이 자기 입으로 말하듯 말레이어 자체가 너무 단순한 나머지
표현에 제약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에서는 'ONE MALAYSIA'를 국가 운영의 기치로 내 거는 등,
여러 인종 간의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내막을 살펴보면
각 민족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별개의 교육을 받게 되며 (강제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말레이시아계는 아랍어를, 중국계는 중국어를 공식적으로 배우는 등
통합의 의지가 정책으로 발현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또한 TV에서 세 민족(말레이, 중국계, 인도계)이 손을 잡고 같이 행진하는 광고가
나올 정도로 통합과 화합이 강조되고는 있으나 다른 부류들끼리는
회식도 잘 하지 않는 등 민족 간 교류가 그리 활발하다고는 볼 수 없으며,
인종차별까지 여러 분야에서 팽배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각 민족들은 자기네들의
독창성과 이권, 내부 결합력 등을 더욱 더 굳게 수호하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민족의 생동을 상징하는 언어는 공용어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의 지위를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도적으로라도 사람들은
말레이어를 두고 자기 민족어로 대화하고, 자기 말로 책을 출간하고 방송을 하며,
간판에도 병기를 하고자 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저런 간판이 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말레이시아가 여러 개의 문화가 필요에 의해 물리적으로 결합된
일종의 '혼합물'로서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어 '화합물'의 단계로 진입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복잡한 간판이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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