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인도의 킴벌리 클락 동료들과 함께)
남들은 슬슬 드라마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는 이 시간까지도
너무도 당연한 듯, 매일이 그러하듯 처연히 앉아 일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얼굴 붉혀가며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다가
기분 나쁠 정도로 공격 당하기도 하며, 이따금씩은 중요한 발표 때문에
스트레스를 프리사이즈 복대처럼 두르기도 하지만
내가 다른 일보다 잘 할 수 있으며, 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더 없이 행복하고,
또 감사하다. 아마 이 일보다 내게 더 잘 맞는 일은 '노량진 학원강사'나
'다단계 강사' 밖에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옛날 대전에서 일할 때도 얼만큼 행복하냐라고 누가 물으면
항상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 답했었다.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그땐 넘치는 여유시간과 그로 인한 무자비까지 한 자기계발의 기회,
주위의 좋은 친구들로 인해 행복했었지만 '전문성의 부재'라는 걱정에
항상 시달려야 했었다. 반대로 지금은 그 '전문성'이란 것을 나름 쌓아가고 있긴 하나
다른 것들을 많이 잃고 있다. 한손에 빵과 우유를 다 잡을 순 없는 노릇이겠지.
다르게 생각해보면, 난 그때도 불행하고 지금도 불행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무언가를 가지지 못하고 있고, 또 무언가를 잃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행복이란 생각하기에 달려있는 문제 아니겠는가.
빵과 우유를 같이 먹을 순 없더라도
입천장에 본드처럼 쩍쩍 달라붙는 쫄깃한 빵을 먹을 수 있음에,
삼키는 순간 요구르트로 발효해버릴 듯한 부드러운 우유를 마실 수 있음에
주목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 아주 쉽사리,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나는
소비자의 행복을 위해 항상 노심초사(!)해야 했던 그 시절 대전에서도 행복했었고,
혀놀림과 자료놀림으로 고객들을 농락하고 있는 지금 말레이시아에서도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