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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무슬림 국가'라고 하면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 등을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나 동남아에서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의
국교 또한 이슬람교이다. 이곳만 하더라도 국민의 60% 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계는
거의 빠짐없이 무슬림이라고 들었다.

물론 이곳의 무슬림은 중동과 사뭇 다르다.
이들 스스로도 '우리는 걔네처럼 엄하지는 않아'라고 말할 정도니,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랄까. 실제로 몰래몰래 술을 즐기는 무슬림도 있다고 들었으며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대놓고 끌어안고 있는 무슬림 커플도 봤다.

여자들에 대한 규정도 중동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엄연히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며, 운전도 할 수 있다. 지금 일하는 곳에
매니저 중 한 명이 여자인 걸 보면 여자라고 해서 승진 못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 베일이다. 따로 공부한 바에 따르면
이건 '아미라'라는 형태의 베일인데 그나마 예쁜 편이고 대부분은 '히잡'이라
불리는 단순한 천 조각을 머리를 가리는 데 쓰고 있다. 시작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소녀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

물론 눈만 달랑 보이는 중동지방의 '보시야'나 아예 그 눈마저 가려버리는
'부르카'보다는 낫다. 하지만 여전히 철들기 전부터 여자라는 이유로 자유의
제한을 받는 것은 못내 가슴이 아프다. 물론 본인이 선택해서 무슬림이 된 경우야
별 상관이 없겠지만, 말레이시아만 하더라도 무슬림의 자녀는 당연히 무슬림으로
규정받으며 법적으로 개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징역형 등을 감수해야 한다)

왜 머리를 가려야 되는지를 친한 무슬림 아저씨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여자의 머리는 남자를 유혹할 수 있기 때문에 남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한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린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살이 드러나는 치마나 셔츠를 입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이다.

허나 다른 경로로 알아보니 무슬림의 경전인 코란에는
'상대방을 유혹할 수 있는 신체 부위는 남자 여자 모두 가려야 한다' 정도로 되어 있고,
특정 부분을 지정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거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아니면 남자들도 다 덮어쓴다던가)

말레이시아에서 이런 현상이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앞서 언급했듯 무슬림이
전체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기는 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무려 40%나 된다는 것이다.
그 나머지들, 특히 중국계 여자들은 아주 자유롭게 머리를 하고,
노출있는 옷도 마음껏 입고 다닌다. 이들을 바라보는 무슬림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들 역시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고
드러내고 싶을텐데 말이다.

아주 멋을 부린 젊은 무슬림 여자를 본 적 있다.
킬힐을 신고, 하얀색 루이비통 가방을 매고, 비싸보이는 자켓을 입었는데
머리에는 여전히 베일이 둘러져 있더라. 화려한 자수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달랐지만 말이다.
아름답다고 느끼기보다는 안타까웠다.

어려운 주제다.
종교로 인한 자유의 속박은 옳은 것인가.
종교가 어떤 속박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 제대로 된 종교이려나.
한국 청소년들의 두발, 교복 문제는 또 어떠한가.
여자라고 해서 베일을 덮어쓰는 것과,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머리를 단정하게 해야한다는 것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것일까.

이 문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동안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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