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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태국사람보다 훨씬 많은 방콕의 카오산 로드)

유한킴벌리에 들어오면서 수백 명의 외국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서양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불편하다. 주눅이 든다고나 할까.
덩치도 크고, 영어도 잘하고, 나보다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
대중문화, 스포츠, 관광, 경제 뭐 어느 것 하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기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인지라 당당해지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태국 사람들을 대할 때 내 모습은 사뭇 다르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했는데, 일단 한국 사람이다 그러면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대우가 달라지기에 나 역시 좀 더 자신감있게 그들 앞에 서게 된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재밌게 봤던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얘기를 내게 늘어놓기
시작하고,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이름을 대며 아느냐고 묻는다.
삼성의 핸드폰을 얘기하고, LG의 TV를, 현대의 자동차를 말한다.
월드컵에서 아시아를 대표해 이름을 날리는 한국 축구를 일컬으며
태국 축구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한숨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높은 경제 수준과 열심히 사는 민족성에 대한 경외심을 표출하기도 하며,
하다못해 눈이 내리고 겨울엔 스키를 탈 수 있는 나라라 부럽다라는
반응까지도 아주 쉽게 접하게 된다. 한국 여자들 예쁘다는 얘기는
귀에 볼트가 박힐 정도로 들었다. (수술해서 그런 거라는 것도 다 알고 있더라)
각종 주제 속에서 한국과 한국인은 우러러봄직한 나라로 자리 잡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은 어떤가. 아직 우리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유럽 사람들이 허다 하다고 들었다. 삼성과 LG가 일본 기업인 줄 아는 미국 사람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소녀시대와 2PM을 아는 북미 사람이 있기나 할까.
유럽에 가면 한국보다 축구 잘하는 나라가 반은 될거다. 관광지로 따지자면
서울이 로마나, 파리, 런던이나 베를린에 비할 바 못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력?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아랫 순위에 있는 지표가 몇 개더라?
정치? 국민을 속이기를 우습게 아는, 추악스런 권력들을 외국에 알릴 용기는 없다.
국민성? 범퍼 살짝 긁힌 조그마한 접촉 사고에 병원에서 일주일을 드러눕고는
보험사로부터 돈을 뜯는게 한국 사람이다.
한국은 서양인들 앞에서는 부러움을 살 만한 나라이기는 커녕
황색인종이라 차별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동양의 작은 나라일 뿐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서양을 동경한다. 어떻게든 이민가고 싶어하고,
여행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연찮게라도 외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면,
자기를 우러러 보는 나라에 사는 것이 좋을까.
자기가 우러러 보는 나라에 사는 것이 좋을까.

나도 아직 정답은 얻지 못한 문제이다.
동남아는 내게 참으로 많은 생각의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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