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에서 찍은 갈대)
작년 8월에 동남아에 들어왔고 그 때부터 가을과 겨울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그냥 여름이 주욱 계속되고 있다. 날씨가 살짝 서늘해져도, 조금 뜨거워져도
여름이라는 범주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는 얼마 전 폭설로 난리가 났다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반팔을 입고 저녁 먹으러 나다녔고,
밤에는 에어컨을 틀고 잠을 청해야 했다.
물론 가끔씩 한국 들어갈 때야 단풍도 보고 눈도 봤다지만
체류 자체가 그리 길지 못했기에 제대로 가을과 겨울을 경험했다 말할 자격은 없다.
그렇다.
내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끝도 없이 긴 여름이다.
내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벌써 일년 육 개월은 넘어선 출장과 더불어 말이다.
긴 시간이 지난 후, 그러니까 내가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되면
지금의 이 뜨거운 시절을 어떻게 회상하고 평가하고 있을까.
내 인생 가장 따뜻했던 날들? 혹은 있어서는 안 되었을 이상 기후?
오늘도 태양은 뜨겁게 머리 위로 내리쬔다.
사무치게 춥더라.
이제 따듯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