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같지요? 호치민입니다)
베트남은 지금까지 가본 나라 중에 도로에 오토바이(스쿠터 포함)가 가장 많은 곳이다.
대만도 처음 갔을 때 깜짝 놀랐을 만큼 이륜차가 많은 곳이었지만
베트남에 비하면 삼 분의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이곳은 눈감고 도로를 향해 돌 던지면 뒷통수냐 앞통수냐의 차이가 있을 뿐.
분명 지나가던 스쿠터 운전자가 맞는다, 하는 묘한 확신이 들만큼 참으로 이륜차가 많다.
그리고 그만큼 도로문화가 살벌하다.
인간의 특성 중 하나는 혼자가 아니라 무리가 되면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겨
혼자일 때는 감히 시도해보지 못할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 때문인지 떼를 이룬 오토바이들의 자신있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상실한 듯한)
각종 단체, 혹은 개인 곡예는 마치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신묘하고 절묘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 속의 나란 존재는 정말 하찮구나' 하는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끼어들기, 가로지르기, 불법유턴, 불법주정차, 역주행 등 각종 고난이도 동작들은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그 때문인지 경적도 어마어마하게 울려대는데,
이건 또 태국과 완전히 상반되는 점이라 재밌다.
태국은 오토바이가 많이 보이진 않지만 역시나 교통 사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체증도 심하고 법규 준수도 한국보다는 한참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경적소리를 거의 듣기가 힘들 정도로 거리가 조용한 편인데,
무시무시한 인상의 택시 기사들이 앞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기를 해도
우리 나라 기사분들처럼 쌍욕을 뱉지도 않고 경적도 울리지 않는 태연한 모습을
몇 번이나 보면서 '우리도 이래야 돼'하며 감탄까지 했었었다.
이 역시 사왓디캅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예절 문화 덕분인가 싶어서
회사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함부로 경적 울렸다간 총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뭐야, 그런 것 때문인가?
아무튼 베트남에서는 경적 울린다고 총 맞진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시원시원하게 잘도 울려댄다. 빵빵 빵빵. 끝도 없이 빵빵 빵빵.
이런 의미에서 '오토바이'와 '경적',
베트남의 교통문화를 표현하는데에는 이 두 단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