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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그냥 서울에 남았더라면,

대학원을 갔거나 유학을 갔더라면,

아니, 적어도 서울에 있는 직장에 들어갔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씩 하곤 한다.


대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선택한, 흔히 말하는 표준의 길.

아마 그 길을 따라가면서 그들보다 수 걸음 뒤쳐진 자신을 보고 탄식할 지언정

지금처럼 혼자 외딴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은 덜 받지 않았으려나.

대학시절 내내 눈여겨 본 적 한 번 없고 같은 과 선배 하나 없는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에서, 그것도 경기도도 아닌 대전이라는 곳까지 내려와

무려 5년을 일하다가 그것도 모자라 수 천 마일을 더 남쪽으로 내려와

혼자 주말을 보내고 있자하니, 제대로 가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은

먼 주기로 돌아와 내 마음을 두드린다.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것,

적어도 배우자와 한 가정을 이룰 때까지는 외걸음으로 가는 거다.

가끔씩 과거에 대한 향수에 사무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 치킨 한 마리 시켜놓고

늦은 밤까지 인생 사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주위에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지만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오늘 같은 밤에는

서울도 그립고, 대전도 그립고, 대구도 그립다.

녹두도 그립고, 테크노벨리도 그립고, 동성로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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