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백화점에서 만난 태국의 어느 탤런트. 요즘 잘 나가는 TV 시트콤의 주인공이다.
같이 사진찍은 팬들에게 일일이 합장하며 싸와디캅하는 예의바른 태국인들)
태국과 싱가폴에서 각각 3개월 정도 있으면서 느낀 차이점을 종합하자면
‘혼합물’과 ‘화합물’이라 정리할 수 있다. 여러 민족이 어울러 사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태국이나 싱가폴이 다를 바 없다.
온갖 민족들을 종류대로 다 찾아볼 수 있는 싱가폴은 말할 것도 없고
태국 역시 닉쿤처럼 멀겋게 생긴 애들도 있지만 동남아 사람 하면 쉽사리 떠올리는
까무잡잡한 사람들도 많으니 단일민족 국가라 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두 나라 모두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구별되는 차이를 가지고 있으니, 싱가폴은 영어라는 공용어와
잘 조직된 국가 시스템으로 묶여있긴 하되 각 민족의 고유한 특징을 분명히 유지하고 있고,
태국은 인종적 출처가 어디냐 와 관계없이 여러 인종들이 '태국인'으로
온전히 통합되어 있다는 거다. 단적인 예로 싱가폴 사람들은
주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같은 민족끼리는 고유의 언어로 얘기한다.
하지만 태국은 중국계든 말레이시아든 원주민이든 항상 태국어로 대화를 할 뿐
자기네 고유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어보니 중국계 태국인들은
중국말을 알지도 못하더라. 이런 차이 때문인지 싱가폴 사람들은 스스로를 말할 때
‘나는 어디어디서 왔다’는 식으로 말하고 태국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냥
태국인이라 일컫는 듯하다. 이런 차이는 마치 여러 원소들이 섞여 있으되
그 결과물은 확연히 다른 혼합물과 화합물의 차와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듯.
이 때문인지 그간 싱가폴실록을 쓸 땐 나도 모르게
여러 민족을 묶고 있는 시스템을 많이 다루곤 했고,
태국실록을 쓸 땐 사람들의 속성을 주로 얘기했던 것 같다. 이제야 알겠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순도는 조금 다르겠지만
혼합물, 혹은 단일물에 가까운 것 같고, 미국은 두말 할 것 없이 화합물의 나라되겠다.
이런 차이를 감안하면서 외국사람들을 바라본다면,
조금은 더 깊이 있게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