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만, 싱가폴, 태국을 다니며
비행기를 몇 번이나 탔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 취소되었던 모닝캄 회원권이 다시 날아온 걸 보면 몇 만 킬로는 날라다닌 것 같다.
하지만 내 출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2011년에는 당장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야 하고
그 뒤론 중국, 혹은 말레이시아에서 수 개월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사람 마음 참 웃기지.
오래간만의 비행기를 탔을 때의 설레이고 좋았던 기분은 반복되는 긴 여행으로
어느새 누그러진지 오래고 면세점과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대신,
예전에는 파란 하늘과 광택 나는 비행기 밖에 안 보이던 내 눈에
멀리서 몰려오는 구름과 땅바닥의 물기가 그려낸 화상자국 같은 슬픈 무늬들이
들어차기 시작하였으니,
나는 앤젤리너스에서 커피쿠폰처럼
색색의 도장들이 가득 찍혀있는 여권을 바라보며
내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 여행은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