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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 전 모뎀으로 PC통신 하던 시절부터 넷상에서의 나의 아이디는 koreatic이었다.
아이디 명에서부터 쉽게 알 수 있듯 그 시절의 한국에 대한 내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 나라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는 낯간지러운 소리도 한 적 있으며,
한강의 기적을 예로 들며 세상에 이런 민족이 또 어디 있겠냐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더랬다.
물론 그런 생각은 나이가 들어 세상을 알아가면서 와장창 깨졌다. 흔적도 남김 없이 무너져 내렸다.
부정부패와 거짓이 가득한 나라. 감정적이고 예의 없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나라.
엉망진창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독기와 자기 희생으로
이만큼이라도 성장한 나라. 이게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한국이니, 참 많이도 바뀐 셈이다.
특히 장기 해외거주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한국의 관광상품이 외국에 비해 참으로 허약하다는 생각을
덤으로 갖게 되었는데, 태국에서도 이를 여러 번 실감하고 있다.

첫 번째 사진은 태국 방콕에 위치한 왓 포라는 사원의 와불상이다.
오른쪽 끝에 보이는게 발가락으로 높이가 10미터, 길이가 40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에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두 번째 사진은 높이 80미터에 달하는 왓 아룬 사원의 불탑. 이 역시 대단한 크기였다.
태국은 역사도 그리 길지 않고, 인구도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인데도
이렇게 사이즈로 승부하는 관광자원들이 상당히 많다.
커다란 궁궐이나, 높은 불탑 같은 것들 말이다. 아무래도 외국 관광객들로서는
이런 것들에 더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규모의 힘이랄까.
한국은 이런 면에서는 좀 약하다. 아무리 금강여래좌상의 손가락 놀림이 청초하고
고려청자의 여백의 미가 심금을 울리더라도 그걸 보러 굳이 먼 길을 갈 사람은 많지 않거든.
어트랙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내 나이 스물 여섯에 처음 석굴암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저녁 무렵 웬일인지 정말 단 한 사람의 관광객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어 올라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려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라 듣고 배운 석굴암에
홀로 들어서는 순간, 너무도 얄팍하고 좁은 석굴 안에 지극히 평범한 인상을 주는
생각보다 작은 석가상, 이런 말하면 욕 먹을지 모르겠지만 ‘에게’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너 이 자식! 석굴암 본존불의 그 자애로운 미소에서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하였단 말이냐!
하고 혼 내키실지도 모르겠지만, 안 느껴지는 걸 어떡해.
난 모나리자의 미소도 뭐가 그리 신비로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아무튼 한국도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사이즈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
나처럼 수준 떨어지는 외국인들에게 그것만큼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다못해 200층짜리 빌딩이라도 지어보란 말이다.
그런 것 없이 ‘한국 관광의 해’만 매년 선포하면,
성형수술하러 오는 아시아 관광객만 늘어날 뿐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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