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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실록] 013 - 젊음의 알리바이

문★성 2010.12.11 17:34 조회 수 : 86



(태국 팀원들과 함께. 얼굴톤이 태국사람과 다를바 없게 되었다)

젊음의 알리바이란 소리를 참 많이 들었는데 한 번도 진지하게 그 뜻을 생각해본 적 없다가
얼마 전 차 안에서 헤롱헤롱 졸다가 불현듯 그 깊은 뜻을 깨닫게 되었다.
뭐, 본래의 의미와는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자. 내 나이 어느새 삼십 대를 훌쩍 넘었다.
누가 ‘이봐요 거기 아저씨’라 불러도 할 말 없는 나이다.
하지만 난 아직 내가 젊다라고 생각하고 있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무슨 수로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마도 내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이른바 증거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건 주름 없는 깨끗한 피부일 수도 있을 것이고,
탄탄한 근육과 균형 잡힌 몸매일 수도 있을 것이며
맑은 눈빛과 청아한 목소리, 유행을 따라가되 천박하지 않은 옷차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적인 것으로 보자면 쉬이 지치지 않는 열정과,
아닌 것을 아닌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용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살아 있는 꿈,
귀찮아 하지 않고 남들보다 먼저 다가가고자하는 호기심과 적극성 등이
사람이 아직 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외적, 내적인 요소들은 필히 겸비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외모가 이십 대 같다 할지라도 생각이 국회의원 할아버지마냥 늙고 병들었다면
누가 그를 젊다 할 수 있을 것이며, 팔팔하고 싱싱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불룩 나온 배에 조다쉬 청바지 입고 다니면 누가 이를 젊게 봐주겠냐는 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증거들을 안팎으로 든든히 갖춤으로써,
형사가 집에 찾아와 ‘어제 오후 2시 경 세븐일레븐 앞을 지나가던 취객이
전봇대와 일대일 대결을 펼친 끝에 패배를 인정하고 할복을 하고 있을 때 너는 뭐 했냐’라고
물었을 때 ‘어제 롯데마트 가서 통큰치킨 사먹었는데요. 여기 영수증과 먹고 남은 닭뼈요’
라고 말하며 알리바이를 주장할 수 있는 것처럼
‘보세요. 저 이런 사람이니까 아직 젊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멋지게,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젊음의 알리바이라 생각한다.

그 젊음의 알리바이가 지금 네게 있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현재로선 두 손 얌전히 내밀고 수갑 찰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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