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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겪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영어다.
이쪽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와본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같은 영어라도 억양이나 발음이 우리나라나 미국/영국식 영어랑 한참은 달라서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하는 영어는 한국식 영어와 왠일인지 비슷하여 알아듣기 편한데
이쪽은 그야말로 딴 판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보자.
싱가폴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수요일을 '웨드네스 데이'라 읽더라. 웬즈데이잖아.
태국사람들, suggestion을 '서게스천'이라 읽는 건 대체 어디서 배운건가.
이런 식으로 우리와 다르게 읽는 단어가 한 둘이 아니다.
억양 역시 글로 표현할 수는 없는데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것들이 꽤나 심하게 다르다.
오케이라, 컴온라, 같이 어미마다 라자를 붙이는 습관은 익숙해지면 그나마 귀여우니 패스.

인도네시아식 영어는 그야말로 끔찍하다.
일단 케이 발음을 대책없이 ㄲ로 발음하고 r발음음 무조건 굴린다.
Survey를 '쑤르페이'라고 발음하고 informal communication을
'인뽀르말 꼬무니께이숑'이라 읽어댄다. 진짜 이런 발음 때문에 초창기에는
신경이 창살같이 곤두섰더랬다. 인도나 말레이시아 사람은 이에 비하면 월등히 나은편,
물론 team을 띰이라 하는 등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휘 구사나 문장 구사가
나보다는 몇 단계 위니까 불만을 내뱉기가 좀 뭣하다.
베트남? 옆에서 막 뭐라고 얘기하길래 자기네 나라 말인 줄 알고 딴 데 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지나가던 말레이시아 사람이 통역해주더라. '너한테 얘기하고 있잖아'
근데 이 사람이 같이 일하던 베트남 사람 중에 영어 제일 잘 하더라. 이 정도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이쪽 사람들 역시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거다.
내 발음과 억양 또한 한국식 영어에서 비롯된 것이라 그들의 영어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지.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의 영어 발음의 특징이라면 모든 발음기호를 다 발음하려는데 있는데,
예컨대 student를 '스튜던트'라고, 음절마다 똑같은 강세로 끝까지 발음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다. 하지만 원어민의 발음은 '스뚜른'에 가까우니 우리의 발음 역시
훌륭하다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 영어의 문제는 철저히 한국식 영어에 베이스를 두고 있으면서도
겉멋이 들어서인지 이런 연음이나 발음 생략 등을 그대로 흉내내려 하는데 있다.
'스튜던트'가 아니라 '스뚜른'이라고 발음한다는 거다.
하지만 그 발음 또한 원어민의 그것과는 한참은 멀고 더군다나 영어로 말할 때 내 말 속도는
한국어로 말할 때보다 더 빠른 편이니 이쪽 사람들로선 듣기가 고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쪽에 와서 니 말 못 알아듣겠다는 소리를 한 두 번 들은게 아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이토록 다른 영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방문하는 킴벌리클락 미국 사람들은 이 모든 말들을 무리없이 잘 이해한다는 거다.
동남아식 영어도 내 한국식 영어도 그들은 단박에 알아듣고
우리 모두는 또 그들의 100% 미국식 영어를 상대적으로 잘 알아먹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영어가 자기네 말이니
그들로선 조금 차이가 난다해도 짐작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거다.
우리가 로버트 할리의 한 뚝배기 하실래예를 가볍게 알아듣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의 그림으로 설명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 영어가 생활화되어 있다 할지라도
이쪽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것은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닐 것 같다.
동남아 영어를 완전히 마스터하면 미국 사람과 대화는 그럭저럭 할 수 있을지라도
한국 사람에게는 영 꽝으로 들릴테니까 말이다. 취업에도 불리할거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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