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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어느 백화점에서. 7시 경이었는데 무척 한산했다)

좀 무식한 얘기지만 '태국' 하면,
키 작고 새카맣고 코평수 넓고 뻐드렁니 나 있는 사람들로 가득할 줄 알았다.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같은 아시아지만 북방계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를 줄로 알았다.

그런데 와 보니, 그런 사람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 - 그러니까 얼굴도 하얗고, 키도 크고, 코도 높은 - 이
무척이나 많았다. 아니, 훨씬 더 많았다. 아니, 태반이 넘었다.
태국사람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물론 닉쿤 같은 애들이 가득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당근 그런 사람 안 보인다. 그저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아니라는 소리다.

일단 남자고 여자고 간에 키도 크고, 특히 다리들이 무척이나 길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어린 애들은 마찬가지겠지만,
고등학생 쯤 되는 남자애들이 지나가는데 키는 나보다 조금 큰 정도인데
다리는 내 명치쯤까지 올라와 있더라. 아, 이건 내가 짧아서 그런건 지도 모르겠지만.

여자애들도 마찬가지. 백화점 돌아다니니 나만하거나 나보다 큰 애들이
과장 좀 해서 한 절반은 되는 듯. 나 통역해준 아가씨만 해도 키가 171cm라 하고,
힐은 10cm는 족히 넘는 걸 신고 있었는데,
서서 얘기하면 올려다보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리고 새카만 애들보다 하얀 애들이 더 많다.
딱 보면 중국사람과 구분이 안 갈 사람들이 대다수다.
직접 듣기론 태국 사람의 절반 이상이 중국계라고 하던데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아까 말한 통역사도 자기 아버지가 중국인이랬고,
비자 알아봐준 인사부 직원도 자기 부모가 모두 중국인이랬고
팀원 중에도 부모님이 중국이 고향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들 다 중국어는 거의 할 줄 못하고 이름도 완전히 태국식이었지만
그래도 누가봐도 중국인과 다름없게 생겼다. 이런 사람들이 절반이니
태국 사람에 대한 내 이전 생각이 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러니 택시를 타던, 세븐일레븐으로 가든
사람들이 다 내게 태국어로 말을 거는게 당연한 거다.
겉으로봐선 전혀 구분이 안 가니까.

하긴 인도나 사우디아라비아 정도에 가지 않는한 아시아의 어느 곳으로 가든
나를 외국인이라 단박에 알아보긴 힘들겠지. 이 역시 내 무식의 증거.

점점 더 이 때까지 쌓아온 나의 지식이란 것들에 대한 회의가 든다.
과연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는지.
오히려 내가 맞다, 내가 옳다라는 생각 때문에 내 것과는 다른 알음에 대해서는
고집스레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어깨를 스치고 가는 하얗고도 건장한 태국 청년들을 바라보며
조금은 부끄러움을 느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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