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근처에 있는 KFC에서 먹은 징거버거. 혼자 쓸쓸이 먹다)
대전을 떠나 외지에서 생활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적어도 앞으로 한 육개월은 이런 생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편하고 익숙한 자리를 떠나 계속 밖에서, 그것도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다소 갑갑하고, 조금은 외롭고, 가끔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볼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누차 논해왔던 것이니 오늘은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외지에서의 홀로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도 그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여러 속성들을 깨닫게 되는 일이 많다. 이를테면 나라는 사람이
'내가 생각해왔던 문성'과 어떤 면에서는 살짝, 어떤 면에서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밖에서 살아보게 되니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는 거다.
예컨대, 나는 관광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몰랐었다.
모처럼 외국에 나와 있어도, 오늘 같은 황금휴일을 맞이해서도,
여러 명승지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이렇게 집구석에 박혀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고, 운동이나 하는 등 자기 계발하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고 좋다.
지금 당장 나가서 택시 타면 방콕까지 30분이면 갈텐데,
그러면 하루종일 웬만한 곳은 다 돌아볼 텐데, 별로 내키지가 않는 거다.
가야할 이유 자체를 잘 못 느끼겠다고나 할까.
싱가폴에서도 그랬다. 센토사 섬, 유니버셜 스투디오, 싱가폴 플라이어, 리틀 인디아 등
안 가본 관광지가 수두룩하며 막상 이런저런 곳에 가봐도 크게 감명받질 못했다.
대만에서도 마찬가지. 그 땐 한국에서 온 동료들이 같이 있었으니
1박 2일씩 지방으로 놀러다니고 했지만 만약 그들이 없었더라면 혼자 돌아다녔을리 만무하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이 먹도록 제주도 한 번, 지리산 한 번 가본 적 없다.
단체로 가는 여행이야 졸졸 잘 따라다녔지만 스스로 기획한 관광은
스물 여섯에 혼자 경주 간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그것도 정말 큰 마음 먹고 간 거였다.
근데 한국에서는 몰랐었다. 내가 돌아다니는 것을 썩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세계적인 관광지가 있어도 손 뻗기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방콕은 더 가볼 거다. 다음 달 중순 쯤 일이 좀 한가해지면
혼자 다녀올까 한다. 이왕 온 거니까.
그러나 치앙마이나, 파타야, 푸켓 등 태국 안에 있는 관광지에 구태여 갈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비행기값 수십 만원 내거나, 기차를 열댓 시간씩 타면서,
그렇게까지 대가를 치르며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