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베이 센즈 호텔 전망대에서 찍은 싱가폴 도심. 클릭해서 보세요)
예정대로 싱가폴을 떠나 태국으로 넘어왔다.
다음 주면 잠깐 다시 싱가폴로 돌아가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오래 머물 태국을 살아보고 공부해보는데 좀 더 집중을 해볼까 한다.
하여 싱가폴실록은 20편으로 끝. 아마도.
두 달 정도 싱기폴에 머물면서 그간 들어왔던 '깨끗하고 청렴한 정부',
'효율적인 국가운영', '경범죄 등에 대한 까다로운 처벌' 이런 것들은
사실 전혀 경험하진 못하였다.
정부랑 일하는게 아니니 부정부패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 알 바 아니었고
경범죄 저지르다가 벌금 낸 적 없으니 얼만큼 까칠하게 법 적용 하는지도 모르겠다.
리콴유로부터 시작된 독재에 가까운 정당운영도 책이나 얘기로 들은 것 뿐
싱가폴에 와서 직접 체험한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싱가폴에 머무는 기간 동안 날 놀라게 했던 것은
미국에 버금가는 수많은 인종들이 모인 다문화 사회,
홍콩 수준, 혹은 그 이상이라 보여지는 거대한 쇼핑 인프라,
그리고 공용어로서의 영어의 힘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글에서 밝힌 바와 같다.
이를 제외하자면,
열대지방 특유의 날씨나 그로 인한 과일들은 이미 대만에서 풍성히 경험한 바있고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은 음식들은
사실 지금 태국에서 먹고 있는 음식들과 붙으면 바로 판정패할 정도로 맛이 없었으며,
관광은 3일이면 구석구석 다 뒤져볼 정도로 볼만한데가 많지는 않고,
대만 사람들에 비하면 '정'이라는 것을 거의 느끼기 힘들었을 정도로
냉랭한 곳에 다름 아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싱가폴은 앞선 글에서 밝혔듯
'살아볼만한 나라'다. '살고 싶은' 나라다.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는 미국보다는,
깊은 호감을 갖고 있긴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대만보다는,
왠지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는 중국이나 홍콩보다는
싱가폴이 아무래도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본심은 그보다도, 여전히 더 많은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거다.
더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고, 그것들을 내 머리와 가슴 속에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마치 기묘한 화학현상처럼 엉겨지는 뭔가를 더 경험하고 싶고,
그를 양분삼아 조금 더 넓은 시야와 생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는 짧은 관광여행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닐테다.
나도 금까기 여행으로 와서 센토사섬 정도 돌아보고 돌아갔더라면
20편의 글을 통해 피력한 소감들의 반의 반도 없지 못했음이 분명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선입견, 예상하지 못했던 면모들, 맘에 드는 것들과
맘에 들지 않는 것들, 환경, 시스템, 문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서 부대찌개처럼 어우러져 부글거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싱가폴에서의 두 달은 직접적으로 내 손에 들려진 것은
그저 월급 몇 푼 밖에 없을지라도 참으로 유익했고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단언한다.
자, 태국은 또 어떤 생각을 내게 쥐어줄 것인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