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국토관리사업부를 찾아가서 찍은 도시모형, 왜 찾아갔을까...)
실컷 글쓰고 확인 눌렀더니, 내용 다 날라갔다. 아. 이러면 정말 글 쓰기 싫어지는데.
암튼 짧게라도 다시 써보자. 지난 글에서는 싱가폴이 잘 나가는 이유로
영어를 공용어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닌데 왜 하필이면 싱가폴만 유독 잘 살고, 선진국 취급을 받느냐는 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필리핀만 하더라도 똑같이 영어가 공용어 취급받으며
말레이시아도 현지인에게 직접 듣기로 웬만한 중산층 이상이면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인도의 경우, 역시 현지인에게 직접 들어보니 교육을 어느 정도 받은 사람이면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이 사람들 모두
나보다 영어를 월등히 잘하니 왠지 설득력있게 다가오더라.
자, 그렇다면 이 나라들과 싱가폴과의 차이점이 과연 무얼까.
왜 똑같이 영어를 잘 하는데 싱가폴은 쭉쭉 잘 나가고
이 나라들은 아직 후진국 혹은 개발도상국 소리를 듣는 것일까.
그 차이를 만든 것이 바로 두 번째 이유, '시스템'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의 박정희와 흔히 비교되곤 하는 싱가폴의 전 수상 리콴유가
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국민들을 누르고 눌러 만들어낸 시스템이
안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창출해내고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유치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이것 말고는 앞서 말한 나라들이 싱가폴보다 못할 게 없다.
나라도 커서 자원도 풍부하지, 사람이 많으니 인건비도 저렴하지,
싱가폴처럼 복잡한 다문화 사회도 아니니 응집력도 끄집어내기 쉽고 (인도는 제외하고)
군사력도 싱가폴보다는 월등히 강하니 안정적인 느낌도 전해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전히 그 나라들에서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았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시스템 면에서 있어서 싱가폴보다 확연히 뒤쳐지기 때문에
싱가폴만큼 잘 나가진 못한다는 거다.
싱가폴, 특히 우리 회사가 위치한 서쪽 지방은 말레이시아와
다리 하나를 두고 있을 정도로 매우 가까운데
듣자하니 싱가폴에서는 날파리나 모기 등의 벌레를 거의 보기 힘든 반면
다리 너머 저 편에서는 그야말로 벌레떼가 우글우글하다고 한다.
가까운 위치, 비슷한 기후임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확연하다는 건데
이유를 물으니 싱가폴은 정부가 벌레를 박멸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서
씨가 많이 말랐고, 살아남은 벌레들이 다 말레이시아로 넘어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직접 비교해보지 못해서 모르겠으나
확실히 더운 날씨에 비해 벌레는 많이 없는 편이더라.
근데 중요한 건 벌레가 아니라,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싱가폴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어 결국 투자 유치 등에 큰 기여를 했다는 거다.
더불어 외국인 투자 등에 있어 싱가폴 정부 - 싱가폴의 가장 엘리트들이 몰려든다는 - 가
얼마나 친절하고, 효율적이고, 깨끗하게 일하는지도 익히 잘 알려진 바이기도 하다.
이 또한 시스템의 힘이 아니겠는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시스템의 힘 말이다.
이것이 바로 영어공용어와 더불어 지금의 선진 싱가폴을 만든
이유가 아닌가 한다. 경제전문가 등의 분석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냥 혼자 생각한 바니, 다소 무식해보이더라도 양해를 부탁 드리는 바다.
참,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억압된 국민의 자유는 어떻게 할거냐,
과연 경제발전이 국민 개개인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냐 등의 물음을
던지신다면 당장 답할 자신은 없다. 어디까지나 여긴 '잡담'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