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한 쇼핑센터의 모습. 거대하다)
싱가폴은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다.
동남아라 무시당하고, 부루마불에서는 백 만원 짜리 서울에 비해
십 만원도 안 하는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과 동급으로 취급 받기도 하지만
딱 잘라 말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곳이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국제적으로 알려진 회사는 없지만
그보다 더 크고 알려진 회사들이 돈을 쏟아 붓는 나라이고
전반적인 생활 수준도 아시아 최고수준이라 평가받는 곳이다.
무엇이 서울보다 조금 클 뿐이라는 도시국가 싱가폴을
이렇게 잘 나가는 나라로 만들었을까.
내 생각엔 두 가지의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첫 번째는 영어 공용화의 힘이다.
서양 사람들은 물론이고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일상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인데, 외국인으로서 싱가폴에 몇 달 살아보니
이것이 외국인 투자, 전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말이 통한다는 거, 그거 너무도 중요한 거다.
아시아 쪽에 큰 투자를 할 글로벌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중국부터 남아시아, 인도까지 아우를 전략적 허브센터를 구상한다고 했을 경우,
극동이라는 좋지 않은 지리적 조건과,
지나치게 비싼 인건비와 땅값, 부대비용을 자랑하며,
무엇보다 영어하는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당장 길거리에 간판 하나 알아먹기도 힘든
한국이나 일본을 택하기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에 비해 싱가폴은 전반적 비용이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무엇보다 말이 통하기 때문에
외국인으로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예전부터 허브 항구로 유명했을 만큼
지리적으로도 좋은 위치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싱가폴에 투자하는 것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낫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많은 회사들이 싱가폴에 들어오게 되면서
덩달아 많은 사람들과 엄청난 자금이 따라 들어왔고,
이것이 싱가폴을 부흥케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싱가폴에 있는 킴벌리 클락크만 봐도
미국, 영국, 호주,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몇몇 한국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정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다 모여있음을 볼 수 있다.
유한킴벌리? 내가 알기로 천 오백 명에 달하는 직원 중에 외국인 단 한 명이다.
같은 회사인데도 이렇듯 분위기가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한국에 오려고 하겠는가?
상사나 부하 직원들과 말도 통하지 않고 마트가서 장보는 것에서부터
이발소에서 머리하고, 식당가서 밥 먹는 것까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 말이다.
말이 통하면 외국 사람들이 더 모여들게 되고
말이 같으면 사람과 사람과의 장벽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그 낮아진 장벽 위로 돈이 굴러들어오는 게다.
싱가폴 성공의 첫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고 단언한다.
둘째 이유는 다음 글에서 논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