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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무슬림 - 이슬람교도 - 들과 장기간 동안 함께 일하고
가까워지게 된 것은 처음이다. 과격 테러단체, 기독교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무슬림하면 왠지 꺼림칙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들을 조금이지만 더 알게 되고,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도 벗어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몇 달 동안 지켜보며 얻은 느낌들을 간단히 요약해보자.


1. 정말 강력한 규율 속에 사는 사람들

지켜야 할 규율들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이를 잘 따른다.
금식 기간엔 정말 밤이 될 때까지 물 한 방울 마시지 않았고
평상시에도 술이나 기타 먹어서 안 될 음식들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하루에 몇 번씩 꿇어 엎드릴 때 필요한 담요를 가지고
별도의 기도실로 가서 깊이 기도하고 오며 금요일에는 내가 교회를 가듯
모스크라는 그들의 사원으로 예배를 드리려 가는데 이 역시 빠짐없이 잘 지키곤 했다.
(일과 중에 기도하러 간다고 밖으로 나가곤 해서 팀에는 조금 피해를 주긴 했지만)
그밖에도 정말 많은 규율이 있음을 들었고, 그 그율들을 잘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자신감과 확신까지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가르침 대로, 규율대로 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에서 부끄러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2. 역시나 똑같은 사람, 사람이다

어느 날인가, 이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속에 있는 얘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하니,
세상에 이 사람들 중 몇몇은 그새 싱가폴의 화류계를 꿰뚫고 있었다.
여기에 상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참으로 많은 곳을 가본 모양이었다.
어디가 물이 좋다, 값은 어디어디가 저렴하다, 전화번호 이미 많이 따놨다는 식의
말들을 하는데, 앞에서 말한 모습들로 좋은 인상을 받았던 내겐
제법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저녁에 틀어박혀 기도만 하고 경전만 읽을 줄 알았던 이 아저씨들,
밤이 되니 종교 없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슬람교 교리를 잘 모르긴 하지만, 저렇게 밤문화를 탐닉하는 모습들이
그들의 신이 바라고 원하는 모습은 아마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결국 규율만으로는 제대로 된 종교적인 삶이 성립될 수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건 각 종교의 가르침 대로, 각기 섬기는 신이 기뻐하는
삶의 모습을 안팎으로 갖춰 가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종교적 삶임 것이다.


여담으로,
언젠가 기도하러 나가는 말레이지아 무슬림 아저씨에게
'아 기도하러 가냐? 잘 다녀와'라고 말을 건냈더니, 그 아저씨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응, 너를 위해서도 기도해줄게'

교회에선 참 많이 듣던 얘기인데 타종교인으로부터 들으니
뭔가 무척이나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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