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미국에 한 달 출장 갔을 때를 기점으로 하여,
외국 체류에 대한 나의 선호는 일관되이 유지되어 왔는데
그건 한 나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2박 3일 정도의 짧은 관광모드로서가 아니라
반드시 오랜 기간 머물면서
그 땅 거주민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 생활을 영위해봐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관광객용으로 설치한 거대한 구조물들과 박물관들 틈새로
새벽 어스름처럼 어렴풋 새어나오는 일상을 감지할 수 있다.
개인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내게는 그 일상이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대상.
싱가폴도 이제 제법 머물다보니 사람들과 볼링을 치러 간다는,
조금은 일상적인 유희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오른쪽 손가락의 사마귀가 낫지 않은 관계로
평소 나오던 130보다 훨씬 떨어지는 100점대로 형편없는 게임을 펼치긴 했으되
외국에서 치는 볼링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실내화를 받고, 공을 고르고, 컴퓨터에 이름을 입력하고 하는 것들이
어떤 면에서는 세세한, 어떤 면에서는 제법 큰 차이가 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조금은 두려우면서도
조금은 설레이기도 하고
조금은 불편하면서도
종래는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게 만들 정도로 내겐 재밌는 일이었다.
... 또한 저 점수를 보라. 점수는 개판이되 너무도 안정적이지 않은가.
괜히 왠지, 내가 한 단계 성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볼링 세 게임을 쳐도 점수가 일관되게 나오는 안정적 인격의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