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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실록] 008 - 부실한 식사

문★성 2010.09.12 15:47 조회 수 : 109



7~8월 사이에 날 보신 분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첫인사말로 '살쪘다'라는 코멘트를 날리시곤 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대만가서 5개월 동안 4kg이나 쪘으니까.

너무 잘 먹은 탓이다.
외국음식 크게 가리지 않고 먹는 내 식성도 한몫 했지만
것보다도 같이 다니던 통역사와 맥킨지 컨설턴트가 둘다 젊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늘 나 이상으로 먹어대는 먹성 좋은 친구들이라
덩달아 과식하는 경우가 허다했기에 살 찌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게다.

하지만 싱가폴은 다르다.
여기 산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전체 회식 한 번을 제외하고는 사람들과 같이 저녁 먹을 일 없었고,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에 살다보니 아침식사는 나오지도 않으며,
근처에 식당 맘에 드는 것 없어 나가서 외식하기 보단 간단하게
혼자 해먹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대만에 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식사량이 줄어든 것이다.
나가서 먹어도 사진에 보이는 정도의 허접한 음식 정도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일단 내가 처한 주거 시스템 자체가 대만의 경우와 많이 다르기도 하지만,
문화적 차이도 큰 것 같다. 내가 보고 들은 대만은

'사람들과 만나서 밥 먹으러 가면서 길거리 음식 사 먹고,
밥 먹고 나와서 커피 마시러 가면서 길거리 음식 사먹는'

어마어마한 식성을 자랑하는 (혹은 음식을 사랑하는) 나라였는데
여기는 워낙 갖은 인종들이 다 모여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분위기 자체가 먹어 제끼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식당도 많이 없고, 차이나 타운이나 리틀 인디아 등
특정한 곳을 찾지 않으면 길거리 음식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별로 없다.
어느 식당을 가든, 어떤 간판을 보든, 어떤 냄새를 맡든
대만처럼 매력적으로 사람을 끌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허나 그러한 분위기에 제깍 휩쓸려
삽시간에 5개월을 갈고 닦은 '마구 먹어 제끼는 스타일'을 포기한 나는,
어찌보면 현지 적응에 또 한 번 완전히 성공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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