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Lean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세상은 자꾸 하지 말랜다)
이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있는 싱가폴에,
프로젝트를 위해 한층 더 다양한 인종들이 모인
킴벌리 클락에서 나는, 어쨌거나 한국사람.
같이 일하고 있는 싱가폴 처자가 말했다.
“솔직히 난 한국에 대한 좀,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어.
예전에, 2002년도인가 서울에 간 적 있었는데 지하철을 탔었거든.
정말, 엄청 혼잡하더라.
그러다가 뒤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세게 밀길래 그만 앞 사람에게 부딪쳤는데,
부딪힌 사람이 뒤를 돌아보더니 큰 소리로 나한테 뭐라고 하는거야.
그러니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나 쳐다보고 비난을 하기 시작하는데
아, 정말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듣겠고.
한국사람들 어른들 공경하는 것은 들었어. 근데 그건 왜 그러는 거야?”
"...(할 말 없음)"
"그래서, 이번에도 프로젝트에 한국 사람 온다고 하길래
조금 걱정 되었어. 한국사람, 그러면 쉽게 화내고 무섭고,
그런 사람인 줄 알았거든."
"(일부러 해맑게 웃으며) 지금 보니까, 아닌 거 알겠지?"
지극히, 한국의 한 사람으로부터 유발되어
싱가폴의 한 사람에게 전해진 개인적인 경험일 뿐인데,
그 경험이 한 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굳혀버리고
또 다른 싱가폴의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졌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여기서 열심히, 똑똑하게 일하여 인정받고
따뜻하고 친절히 대해주고 항상 밝게 지낸다면,
그래서 같이 있는
싱가폴, 말레이지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한다면
앞의 일화와는 상반된 이야기들이 그들로부터 하여 또 여러 곳에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갈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에 국정홍보처 등에서 밀어대던
'외국을 나가면 누구나 국가대표'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외교부 장관이 자기 딸을 외교부에 고급공무원으로 채용시키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