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다가 찍은 꽃)
서론은 지난 편에 길게길게 얘기했으므로
오늘은 짧은 체류기간 동안 얻은 첫인상, 깔끔하게 나열하겠음.
1. 생각보다 바른 생활 국가는 아니더라
몇 번 나돌아 다니지도 않았는데 무단행단 하는 사람 무수히 봤고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 엄청 많이 봄.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나 심지어 안 판다는 껌자국도 본 적 있음.
교통법규 작은 거 하나 어겨도 벌금 때리고 후들겨 패는 줄 알았더만
그렇지는 않네?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말이다.
2.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살더라
중국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이긴 하는데
말레이지아쪽 같은 동남아 사람도 무수히 보이고
인도사람과 서양사람들도 엄청 많다.
인종의 혼합 정도만 생각해본다면 홍콩보다도 더 다양하게 섞여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주 마트 갔을 때 두 군데 카운터에서 연이어 계산을 했었는데
지극히 중국사람스러운 할머니에 이어
새까만 흑인 아주머니가 계산대에 서 있어 매우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 않나 싶네.
안 간 지 몇 년 되어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말이다.
3. 영어는 공용어
몇 년 전, 한국말고 다른 세계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었을 때
홍콩에서 태어나서 자란 중국계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홍콩사람들 영어 잘 쓴다는 말을 들은 바 있고
실제로도 거의 미국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길래
너 친구들 만나고 놀 때도 영어쓰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완전 어이없어 하더라.
"당연히 중국말 하지!!! 왜 영어를 해?!"
...어, 미안. 몰랐었어.
여기도 마찬가지. 영어가 공용어라고 하지만
인도사람들끼리 있을 때는 인도어하고
말레이지아 사람들끼리는 말레이어를, 중국 사람들은 중국어를 쓰더라.
(카더라가 아니라 보고 하는 말이다)
홍콩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다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다보니
더욱 더 공용어로서의 영어가 중요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다.
여태껏 만난 사람들을 보면 발음이나 억양,
가끔씩은 문법도 꽤나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영어로 말은 참 잘 하더라고.
4. 적도 부근치고 생각보다 덥지 않다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싱가폴의 8월은
타이뻬이의 7월보다 덜 덥고 홍콩의 8월보다 견딜만하다.
비도 많이 오는 편이고 긴팔에 자켓, 점퍼 입고 다니는 사람도 많은 편.
'쩌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덜 더워서 다행이다.
하지만 모르지. 싱가폴의 여름은 이제부터일지도?
5. 외국인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대만에 있을 때의 난,
물론 타이뻬이가 아니라 시골에 있어서 그렇겠지만
뭘 하든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외국인'이었다.
한국사람이라오 하니까 식당에서 밥 먹던 여고생들까지 와서
어설픈 '안녕하세요'로 인사하고 한국 드라마 좋아한다고 그러다가
식당 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까지 같이 찍었을 정도라니까.
하지만 옆에서 봐도 위에서 봐도 완연한 국제도시 싱가폴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에 대한 구분은 별 의미 없어 보인다.
국민의 30~40%가 장기체류 외국인일 정도니 말이다.
내가 어색한 영어로 택시를 타고, 길을 묻고, 밥을 사먹어도
누구도 나를 의식하지 않고 외국인인지도 모른다.
물론 법의 적용, 세금 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스템적인 것들은 차차 알아갈 노릇.
6. '인공의 낙원'
마침 오늘 뉴스에 뜨네.
갤럽에서 세계적으로 조사한 '가장 이민가고 싶은 나라' 1위. 싱가폴.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별로 낙원같지도 않고 이민오고 싶지도 않다.
첫인상이 그렇다는 말이니,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몇 달 뒤에는 떠나기 싫어 눈물 뚝뚝 흘릴지도?
이상. 첫인상 정리 끝.
마지막 인상은 어떻게 될는지 한 번 두고보자고.
싱가폴에서 파는 육포는 맛있더라...
센토사 섬에서 하는 분수쇼는 굳이 보려하지 말 것.
(시멘트 사자머리와 꿈동산 레이저쇼는 지금도 억울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