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머무는 콘도. 야외수영장이 있다. 내가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린 자연스레 첫인상이란 것을 가지게 된다.
오랜 만남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에 본질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진실과 동떨어져 왜곡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의 만남을 좌지우지 하고 한 번 자리 잡히면 쉽게 변화하지 않으며
가끔은 아주 예리하게 사람의 중심을 파고들어
감추어진 면면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고,
유용한 신경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이 첫인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말이나 글로 설명을 하거나
하다못해 시간을 내어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개념으로 합쳐지지 못하여 다림질 할 때 뿌려지는 분무기의 물처럼
산산히 흩어져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어제 퇴근 길 지하철 역에서 전철 기다릴 때
당신 앞에 서 있던 남자의 첫인상은 어땠는가?
점심 때 식당에서 당신 뒷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의 첫인상은?
아마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의도적인 생각 - 나는 이를 첫인상도출 사고과정이라 부른다 - 을 하지 않았기에
이미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부러라도 첫인상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은
대상이 중요하면 할수록 더욱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한 명의 사람에 대해 첫인상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두 번째 데이트 때 이성에게 느끼는 인상을
아무도 첫인상이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사람뿐 아니라 당신이 맞닥뜨리는 모든 새로운 경험에도 적용된다.
이를테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외국을 방문했다면 말이다.
그렇다.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싱가폴의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길게 서론을 둘러댄 것이다.
지금 나는 싱가폴의 서쪽 지구 Bukit Timah란 곳에 있는 어느 콘도에 와 있는데
일이 아직 많은 것은 아니지만 며칠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새 제법 많은 날들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싱가폴에 대해 첫인상이란 이름을 달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간단히 나마 내가 며칠 동안 느낀 싱가폴의 첫인상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는 사실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정확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머리 속에서 '첫인상 도출사고과정'을 거치고
그 결과물을 개인 홈페이지에 적는 것 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벌써 잡담란에 쓰는 글 치고 너무 많은 량의 글을 적었다.
요즘 글에 좀 굶주렸나 보다. 진정한 첫인상 이야기는
내일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