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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실록] 052 - 마지막

문★성 2010.07.13 14:11 조회 수 : 115



(일 잘했다고 감사패도 받았다. 아유, 저 살 찐 거 봐)

대만 프로젝트를 좋은 성과와 함께 잘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거의 넉 달하고도 보름 정도를 대만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프로젝트 전에도 세 번 정도 짧게 와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돌아오게 되었다.
역시 관광보단 여행이, 여행보단 삶이 더 많은 것을 알게끔 해주는 것 같다.

먼저 다시금,
답은 사람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멋진 천애의 자연환경과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하늘을 피나듯 찔러대는 높은 빌딩과 으리으리한 기업들을 무수히 가지고 있다 해도
결국 나라를 구성하는 것은, 그리고 그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일 따름이다.
좋은 사람을 많이 가진 나라가 곧 훌륭한 나라인 게다.

그렇기에 친절하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 그리고 내 자신을 부끄럽게 했던 능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대만은 내 머리 속, 내 가슴 속에서 어디까지나 좋은 나라, 그 자체로 새겨져 있을 뿐이다.
나름 오랜 기간 동안 어두운 면, 좋지 않은 면도 물론 보았지만
그들에게서 받은 좋은 인상들에 의해 깨끗하게 희석되어 이제는 생각조차 잘 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대만을 말함에 있어 사람만을 일컫는다면 서운할 노릇이다.
중국과 한 데 묶여 매너 없고 지저분한 나라로 무시 받기엔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더 깔끔한 문화와 시스템을 자랑하는 나라이며,
동남아와 패키지로 묶여 관광상품 하나만 믿고 사는 후진국으로 불리기엔
탄탄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건실한 경제구조가 통탄을 금치 않을 나라이기도 하다.
1인당 GDP만 하더라도 2009년 37위를 기록한 한국에 이어 38위를 기록한 나라 아니던가.
우리 나라가 맘 놓고 깔 볼 수 있는 그런 나라는 아닌 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 또한 가지고 있다.
중국의 반대로 아직 유엔에도 가입하지 못한 나라, 남한과 북한 같이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중국과의 힘의 불균형 속에
힘겨운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나라
일본이나 한국처럼 세계적인 대기업도 없고
중국처럼 막강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며
동남아의 멋들어진 관광자원도 없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 경제, 스포츠… 그 어느 면에 있어서도
세계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나라……

대만의 미래가 어찌될지 한국의 미래도 예측 못하는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지만,
내게는 너무도 고마운 나라, 많은 좋은 기억을 안겨다 준 대만이 그다지 밝지 않은 현실 속에서
현명한 답을 찾고 계속 번영, 번창해나가길 바랄 뿐이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다.


자. 어찌됐든 난 돌아왔다. 안녕이다, 대만.
다시 또 만나자고.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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