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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실록] 051 - 그들의 친절함

문★성 2010.07.09 16:42 조회 수 : 86



(대만의 내 좋은 동료들)

1.
처음 대만 남쪽 지방에 내려와서
몇몇 젊은 사람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다가 이 지역 사람들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남쪽 지방 사람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해요.
누군가 길을 물으면 정말 잘 알려주고요."

그랬더니 같이 인터뷰를 진행하던 타이뻬이에서 오신 분이
그건 북쪽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남쪽 청년은 양손을 허공에 마구 휘저으며
북쪽의 친절함은 절대 남쪽과 비할 바가 아니라고 했다.

"우린 누군가 길을 물으면
아예 그 사람을 목적지까지 데려가기까지 합니다."

모두가 웃었다. 그 이야기를 믿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다음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2.
얼마 전 일이다.
차를 타고 가던 우린 호텔로 가는 길을 잃어
길거리에 스쿠터를 타고 가던 어떤 청년을 붙잡고
길을 물었다.  

그 청년은 조금 설명을 하더니
갑자기 무작정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고
우리를 앞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십 분 가까이를 달려
정말로 호텔 앞까지 우릴 바래다주었다.
우리에게 안녕을 고한 후 유턴을 하여 멀리 사라지는 모습은
그의 목적지가 호텔 부근이 절대 아님을 쉬이 짐작케 했다.

이것이 내가 직접 경험한
대만의 친절함, 특히 남쪽 지방의 친절함이었다.
그리고 물론, 이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이외에도 그들의 친절함을 드러내는 사례는
넉달 반 동안 무수히 많았다.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이들,
그리고 그 여유를 기꺼이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이들,
이런 이들 때문에라도 내가 대만을 쉽게 잊거나
대만에 대한 좋은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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