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우리나라처럼
2차 세계대전 종전 전까지 일본의 통치 하에 있던 나라다.
한국사람 죽도록 못살게 군 일본, 대만이라고 달랐으랴.
들어보니 똑같이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
그런데 해방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나라와는 전혀 달리 대만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사랑은 놀라울 정도다.
나이 든 아저씨들은 태연하게 일본 노래를 일본 가사로 부르고 있으며
젊은 애들은 아리가또, 모시모시 이런 말을 굿모닝보다 더 자주 쓰면서
우린 일본이 좋다라 꺼리낌 없이 얘기한다.
그뿐인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
일본이 자기들한테 해준 것이 많다라고 말하고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도 많다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무척 놀랐는데, 하도 듣다보니 이젠 모범답안으로 들릴 정도다.
물론, 내 주위 사람들 얘기니까 표본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TV를 켜보면 확신은 더 굳어진다.
우선 일본에서 직수입된 제품, 혹은 일본에 수출하는 제품이라고
내세우는 제품 광고가 무척이나 많으며
공중파 TV광고에서 아예 일본어를 대놓고 보여주기도 한다.
예컨대 3M에서 파는 얼굴 기름 제거용 필름 광고의 경우
마지막 부분에 기름이 제거된 젊은 여자애가
두 손을 불끈지고 '요시!' (일본어로 좋아!)라고 외치기도 한다.
일본 프로그램은 또 어찌나 많은지
드라마야 우리 나라 드라마가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긴 하는데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아예 일본 프로그램을
자막까지 그대로 살려주며 틀어주기도 한다.
어딜가도 일본, 일본이다.
서점 얘기도 해볼까.
일본어 학습 관련 책, 일본 여행 관련 책은
정말 한 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데
한국어 관련 책은 몇 층짜리 대형 서적에서도 못 찾았으며
한국 여행 책도 한 두 종류 겨우 봤을 뿐이다.
편의점을 예로 들어볼까. 위에 예로 가져온 비옷,
대만에서 만들어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제품이다.
뒤에 상세내역 보면 수출하는 제품도 아니다. 순수 내수용이다.
근데 여기저기 일본어가 묻어있다.
이런 게 예사다. 특별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다.
이상하다.
똑같이 점령 당해 똑같이 핍박 받았는데 전혀 다르다.
중국에 대한 적개심, 장개석에 대한 분노(일부에 한정해서)에
대한 반발이라고 보기엔 북한에 대한 적개심,
김일성에 대한 분노가 일본에 대한 친밀감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리나라를 생각해볼 때 그리 수긍가는 논리는 아니다.
그렇담 대체 이 차이를 만들어낸 이유는 뭘까.
아마도 독립 이후 독도 문제와 같은 분쟁거리가 크게 없었기에,
그 때의 분노와 고통이 거의 잊혀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 나라는 잊을만하면 망언이 나오고 신사참배가 나오고
축구경기가 있고 야구경기가 있어서 분노심이 주기적으로
'새로고침'된다. 하지만 대만은 그렇지 않다.
지리적인 거리도 멀고 부딪치는 부분도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이 이유가 맞다면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주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대만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두 가지,
산간벽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두 가지가 바로
도요다 자동차와 세븐 일레븐 편의점이라고 한다.
둘 다 일본에서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