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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실록] 047 - 책임질 수 있어요?

문★성 2010.06.20 13:12 조회 수 : 91

허망했던 4-1 패배가 끝난 후
이런저런 분석글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참 별의 별 얘기들이 다 나온다.

오범석이를 빼고 차두리를 넣었어야 했다거나
수비보단 공격을 해야 되었는데 전술이 글러 먹었다,
혹은 히딩크라면 달랐을 거라는 주장 등은
누구나 하는 얘기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천수를 불러왔어야 된다라던가
이운재가 나을 뻔 했다라던가 하는,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주장들과
선수와 감독을 향한 원색적인 욕과 비난, 하다못해
'아는 형', '동네 조기축구회 아저씨의 평가' 를 들먹이며
'누가해도 너보단 잘했겠다' 수준의 글들까지도 심심찮게 보인다.

다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 있으니까 속편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게 차두리 차두리 목매고 있다가
나이지리아 전에서 차두리가 패널티킥이라도 내주면
자기가 했던 주장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없겠지.
차두리가 혹 좋은 플레이 펼치면 '거 봐라, 내가 뭐랬냐' 그럴거고.

히딩크라면 달랐을 것이 확실하다, 라고 하지만
유로 2008에서 히딩크의 러시아가 스페인에게 4대 0으로 지고,
이번 월드컵 본선에는 채 올라오지도 못한 것은 생각도 안 한다.
히딩크가 왔어도 아르헨티나는 못 이길 상대다.
허나 어차피 게임은 끝났고, 히딩크가 대신할 수 없는 걸 아니까
맘편히, 보란듯이 주장할 수 있는 거다.

2002년 포루투칼, 이탈리아, 스페인 얘기 하면서
'왜 그때처럼 하지 못하는가' 하지만 그 경기들 모두
상대팀 퇴장이라던가 옵사이드 오심 등 절대적으로 운이
우리쪽으로 향해 있었던 걸 왜 기억 못하는지.
8강 스페인전, 그거 완전 허우적거리며 밀리는 경기였다.
기억 안 나시는가?

이운재나 안정환을 선발로 넣었다가 4대 1로 졌으면,
정성룡과 박주영을 넣지 않은 감독의 무식함을 탓했겠지.
그 또한 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수비위주의 전술의 문제를 지적해대고는 있지만
그렇게 바라는 공격전술 후반전에 한참 시도하다가
역습으로 두 골 먹고 4대 1까지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고 있거나, 이상한 논리로 합리화시킬 뿐이다.
공격전술로 초반부터 밀고 갔으면 5대 0으로 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무조건 맞다고 한다.
책임질 일 없으니까. 자기들 말을 누가 검증할 수도 없으니까
마음놓고 까댈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결정 하나하나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책임의 유무가 이토록 사람의 행동과 태도를 다르게 하는 거다.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를 좀 더 생각해본다면
우린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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