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음료수 구입 중,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준다.
대부분 정찰제고)
한국으로 가지고 가고픈 대만의 문화를 하나 뽑으라면
단언코 야시장문화를 들 수 있겠다.
예전에 잠깐씩 대만 방문했을 때는 그저 대도시에
관광특구 형식으로 몇 개 설치해놓은 거구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제법 오랜 기간 머물면서 나름 곳곳을 다니게 되니
야시장이 대만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 박힌,
일종의 문화와 다름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큰 도시 작은 도시를 막론하고 야시장이 없는 곳이 없었고
그리고 그 모든 야시장들이 항상 사람들로 넘쳐났다.
물론 스린예스(士林夜市) 같이 수만 명이 몰리는 유명한 곳에서는
그저 인파에 휩쓸려 다닌다는 기분이 든 것이 사실이지만
작은 도시의 야시장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빠, 엄마, 아이들이 저마다 하나씩 군것질 거리를 손에 들고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십 대 중반은 족히 넘어 보이는 연인들이 조그만 빨간색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일회용 접시 안에 담긴 음식을 나누며 낄낄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뭐랄까, 한국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따뜻한 풍경이랄까.
그러고 보면 대만에는 까르푸 같은 대형마트가 많지 않다.
숫자를 세본 것도, 통계자료를 따져본 것도 아니지만 딱 봐도
한국의 삼분의 일도 채 안 된다. 백화점은 제법 있는 편인데
정말 신기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여기서 다녀본 백화점만
열 군데가 넘지만 주말이든 평일 저녁이든 막론하고
모든 백화점이 한국에 비하면 항상 한산했다.
호텔 근처의 어느 백화점은 토요일 밤조차 점원 수가 손님 수보다 많아 보이곤 했다.
이러니 대형마트, 백화점 갈 사람들이 모두 야시장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근데 나라도, 놀러 간다면 야시장을 가겠다.
음식도 싸고, 종류도 다양한데다가, 볼거리도 많고,
안 감은 머리에 반바지 입고 슬리퍼 끌며 갈 수 있는,
편안한 느낌을 주니까 말이다.
대만을 떠날 날짜가 다가오고 있는데
벌써부터 앞으로 그리워할 것들이 하나씩 머리에 박히고 있다. 남은 날 동안 야시장 두 번은 더 가보도록 하자.
날씨가 더우니까 밤에 활동하기 좋아서 그런건가..ㅎㅎ
언제 돌아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