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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각종 분석으로 밤새도록 뜨거웠다)

하필이면 경기 당일,
밤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야 하는 일이 있어서
하마터면 이 경기 보지도 못할 뻔 했다.
결과적으로는 참담하게 끝나 안 봐도 될 뻔 했지만,
그걸 미리 알 리 없으니 실시간으로 시청하려고
정말 바둥바둥 애를 썼다.

회사에 케이블티비가 설치된 티비가 없는 관계로
인터넷으로 보려고 했는데
외국에서 네이버 등 한국사이트를 통해 월드컵 보는 것은
라이센스 문제가 있다고 하여 불가능했고,
다음팟 등 실시간 중계사이트를 이용하려고 했더니
자랑스런 킴벌리클락 방화벽이 깔끔히 가로막아주어
접근조차 할 수 없었으며, 겨우 되는 사이트를 찾으니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제대로 보는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반 포기하고,
나중에 다운받아봐야지 하는 심정이었는데,
아, 이 친절하기 짝이 없는 대만사람들이 또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집이 회사 근처니 와서 보다가 일하러 가라고 하고,
통역사 언니는 백방으로 중국어로 중계되는
인터넷 사이트를 알아봐주다가
방화벽에 막힌다고 하니까 자기 WIBRO도 선뜻 내주었다.
게다가 경기 볼 때 먹으라고 간식 사온 사람도 있었다.

이러하여 결국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여기 아저씨들이 같이 보자고 해서
늦은 밤 미팅룸에서 빔 프로젝트로 화면 띄워놓고 보았다.
한국경기라 그 사람들한테는 재미없었겠지만
그래도 해설은 중국어로 나오니 꽤나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난, 중계는 알아들을 수 없으니 화면만 뚫어지게 보았을 뿐.

아시다시피 결과는 참패였는데,
대만 사람들이 우리 골 넣을 때 같이 환호해주고
골 먹을 때 같이 안타까워해주는 것이 참 고맙더라.
이모저모로 마음 착한 사람들이다. 정말.

아무튼,
경기 전에 언론이나 사람들이 너무 설레발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 그 분위기에 휩쓸려
'이러다 이기는 거 아냐'라는 기분 좋은 상상에 사로잡히기도 했는데,
결국 스코어가 너무 벌어지긴 했지만 그만큼 아르헨티나가 잘 했고,
우리도 점수는 씁쓸하지만 그간 해온 것만큼은 한 것 같다.
1998년 네델란드 전 5대 0,
그 끔찍한 패배를 우울하기 짝이 없는 퀴퀴한
선배형네 자취방에서 목격했을 때보다 기분이 훨씬 낫다.
그땐 한 네 골 먹고 나니 한숨과 담배연기로
화면조차 보이지 않았더랬지.

뭐, 오늘 경기는 나름 재밌었으니 되었고,
그리스도 나이지리아 잡아주었으니
우린 걔네들한테 이기거나 최소한 비기고 16강 가면 되잖아?

아, 그러니 생각나는 2006년 출전팀 '우크라이나'.
그들은 조별예선에서 스페인에게 4대 0으로 떡실신하였으나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여 16강에 당당히 진출하였으며
우리 나라를 엉엉 울리고 올라온 스위스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무려 8강까지 진출했었다.

우리라고 못하란 법 없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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