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중시하는 산업공학과 출신에,
데이터를 중시하는 식스시그마 블랙벨트에다가
데이터를 중시하는 품질 관련된 일을 했었고
데이터를 중시하는 린 프로젝트 컨설팅을 하고 있는 나는
데이터를 평상시 삶에 있어서도 너무도 중시하다보니
별의 별 쓰잘데 없는 것들까지도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며 살고 있다.
(피곤한 인생이로다!)
그 중 하나가 엑셀에 기반한 이른바 음주시트-_-라는 건데
알콜을 섭취할 때마다 종류와 양을 기록함을 통해
음주를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개발된 바 되겠다.
사실 작년 하반기 원치 않는 음주가 늘어나자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시작한 것인데,
올해 들어 술 마실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샌가부터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진 비운의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5월의 여러 데이터들을 정리, 정산하면서 확인해보니
세상에, 5월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알콜을 입에 댄 적이 없는 거였다.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2005년 사회생활에 접어든 이후
술자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던 나로서는
자그마치 한 달 동안 무알콜로 살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일수로 제대로 계산하자면
대만 북쪽 공장에 있을 때 쭈부장 아저씨가 반강제로
먹인 것 이후로는 거의 50일 가까이 마시지 않은 것이었다.
대만에 살면 이렇게 건강히, 그리고 건전히 살 수 있는 거구나!
이에 너무도 감격한 나는,
이를 어찌 송축할까 한참 고민한 끝에
금주 50일을 기념하는 대만맥주 한 캔을 마시기로 하였다 -_-
사실 같이 다니는 통역사 언니가 한 캔 슥 건네주길래
넙죽 받아마신 건데, 어쨌거나 이로서 알아서 파계-_-한 바 되겠다.
그런데 말이지.
요거 한 캔 마셨는데 그 담날 머리가 깨질 것 같더라.
역시 술도 마시는 사람이 마시는 거다.
안 마시는 버릇하다보면, 몸도 술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거고.
무엇보다, 살짝 두통이 있긴 했지만
술이 안 맞는 몸이 된 것이 못내 기쁘다.
그만큼 더 건강해졌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단언코 대만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50일 금주?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