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머무는 호텔 맞은 편에는 제법 특이한 식당이 있는데
방에서 밥을 먹으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몇 시간 동안 오래오래 식사하면서 친교를 다지는 대만의 문화가 반영된 곳이랄까.
하지만 컨셉은 좋다 할지라도 일단 한국 노래가 하나도 없어서
우리 팀으로서는 올드팝송 정도만을 부를 수 있을 뿐이다.
가사도 잘 모르는 노래들을 제목이나 가수 이름보고
짐작하여 마구 부르곤 하는데, 이런 올드팝송들을 부르거나
남이 부르는 노래를 가사를 따라 읽으며 듣고 있으니까
가슴이 오래 재운 양념갈비처럼 진한 무언가에 버무러지며
한껏 진지해짐을 느끼곤 한다.
사랑노래가 주를 이루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지만
가사가 순수하고 절절하기 짝이 없다.
'Without you, there would be no sun in my sky'
'Wherever you go, I will be right here waiting for you'
'Since you came into my life, everything has changed'
'I'll never ask for more than your love'
'Nothing could change what you mean to me'
닭살이 오소소 떨어질만큼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을 대하지 못하는 자신을 알기 때문이다.
당신 없이는 난 아무 것도 아니다.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
당신의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
이런 각오로 사랑한다면 좋으련만
이런 마음자세로 상대를 기꺼이 섬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각이 너무 많다. 단순하질 못하다.
다른 말로는 순수하지 못하달까.
기회가 되면 하루종일 올드팝송이나 들으며
마음을 24K로 만들어 봐야겠다.
굳이 유레카의 지혜를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의 나는 너무도 잡물질이 많이 섞여 있는 듯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