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난 사람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평가하는 사람들이 제각각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나 적용되는 객관성을 보증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예컨대 나의 경우,
책을 많이 보는 사람과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한 사람,
몸매관리가 잘 된 남자나 여자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남다른 노력이 깃들어져 보인다고나 할까.
반대로
명품백에 집착하는 여자나 럭셔리 해외여행에 들떠 있는 남자,
부모돈으로 쉬운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는 존경을 품기가 어렵다.
이런 평가가 옳다는 게 아니라 다만 내가 그렇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기준은 다른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까지 적용이 된다. 세상 누구보다 가장 많이 바라보고
가장 많이 묵상하게 되는 것이 내 자신이니까.
하지만 작금의 평가는 자꾸만 작아져가는 자신을 보게끔 한다.
가장 싱그럽던(?) 시기를 넘긴 것이 확연한 얼굴과
노력을 기울여도 변화의 미동을 보이지 않는 몸상태,
굳어질 대로 굳어져 개선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치졸한 성격과
거미줄처럼 설렁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에다가
독서의 부재로 말미암아 말라붙어 있는 지식까지.
세월의 흐름을 감당치 못하고
현란한 문워킹으로 뒷걸음질 치는 내 모습이 못내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기준을 바꿔가며 스스로를 위한 못난 변명을 둘러대기 보단
이런 자학(?)이라도 해대면서 조금 더 버텨가보고자 한다.
내년 이맘 때의 평가는 확연히 달라지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