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쯤 10명이 넘는 제법 많은 사람들과 함께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개중 몇 분은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분들이어서 밥 먹을 때나 쇼핑할 때나 잡담할 때나 늘 다른 사람들이 통역을 도와줘야 했었다.
그런데 한 4주 정도 지나고 나니 그 분들이 미국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자연스레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식이었지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함에 있어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미국에서 살고, 영어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 긴 체류기간과 어울러져서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낸 셈이었다.
대만에서의 나는 주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니 그 분들만큼 현지 언어가 절실하지도 않고, 따라서 6주를 넘어서는 지금도 중국어로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여기서 ‘살아가다 보니’ 제대로 배우지 않고도 조금씩 조금씩 여기 사람들이 쓰는 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말로든 글로든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그 때 미국에서 겪었던 일과 비슷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사진은 어느 집 앞에 세워진 판때기를 찍은 건데, ‘차고 앞이니 주차 금지’라는 뜻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와 순서나 용법이 달라 처음에는 전혀 알아 먹지 못했는데, 이제는 눈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13주 정도 더 대만에 있을 예정인데 그 짧지 않은 기간에다가 나의 노력이 얼마간 덧입혀진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한 번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