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저녁,
일이 늦게 끝나 허기질대로 허기진 우리 일행은
먹을 만한 음식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다
시내 중심가에 '로즈까페'라는 이름의 음식점을 발견하였고
이미 이십 분 이상 걸어다닌지라 지칠 대로 지친지라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발을 들이밀게 되었다.
그리고 곧 로즈까페라는 이름이 괜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니,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던 약 십 오륙명의 손님 중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이십 대의 여자들만 소복히 앉아 '이것들은 뭐냐'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하긴 인테리어만 보더라도 이건 누가봐도 'girly'한 분위기,
아주 'azercitic'한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허나 먹어야 겠다는 일념의 우리들은 관광객 특유의 뻔뻔함으로
그들의 시선을 가볍게 반사시키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음식을 시키려는데 뭔가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종업원이 다른 테이블로 가져가는 음식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서 보기에도 분명 '돌솥비빔밥'이었다.
로즈까페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두 가지 주메뉴가
스파게티와 돌솥비빔밥이었던 것이다.
돌솥의 형태는 한국에서도 쉬이 볼 수 있는 타입이었고,
일행 중 한명이 시켜본 결과 맛 또한 한국과 큰 차이 없었다.
돌솥비빔밥을 외국에서, 그것도 인형으로 꽃단장한
girly한 레스토랑에서 먹게 되는 것은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이건 한국의 음식문화가 대만의 이십 대들에게 어필한다는 뜻이 아닐는지?
예전 한류 드라마 열풍이 한창일 때 대만에 왔었는데
그 때는 분명 나이 든 아줌마들이 열광의 주체였었다.
하지만 다시 찾은 대만은 음식 뿐만이 아니라
원더걸스, 소녀시대 같은 가수들이나 페이스샵 같은 화장품 등,
주로 젊은 층이 한국문화에 진하게 젖어있다는 기분이다.
삼 년 전과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
대만와서 벌써 길거리에서 수십 번은 들은 노바디가,
그리고 배고픔에 무작정 들린 조그만 레스토랑 로즈까페가
내게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