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부터 아껴 사용하고 있는
내 카메라 i4r이 대만 온지 일주일만에 장렬히 산화하였다.
두 번째 사진처럼 신묘하고도 오묘한 결과물을 내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수리 비용을 인터넷에 알아봤더니 동일한 현상을
배송비 포함 2만엔에 고쳤다는 얘기가 있더라. 20만원이 넘는 돈이다.
끄악. 소리를 내며 애궃은 모니터만 한참 노려보았다.
다행히도 한국에서 좀 더 저렴하게 고쳐주는데가 있긴 한 모양이다.
정식A/S 센터는 아니고 그냥 남대문의 어느 카메라 수리점에서
고쳐주는 것 같은데 이렇게라도 고쳐야쓰겠다.
아무튼, 이번 고장이 꽤나 가슴 아픈 이유는,
앞으로 대만에서 사진 찍을 일들이 무지무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5년 동안 이 카메라에 부어넣은 노력이 실로 어마어마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 배터리 구입
이 카메라는 배터리 설계 자체가 잘못된 나머지
배터리 하나에 2시간을 채 넘기지 못한다.
게다가 몇 년쓰면 배터리가 아예 영면상태에 접어들어 다신 깨어나지 않으며,
또 그간 몇 개는 잃어버리기도 하여,
지금껏 정품 배터리 2개에 가품 배터리 6개 정도를 구입했다.
다 합치면 10만원은 족히 넘는다.
게다가 대만 오기 직전 가품 배터리 2개를
용산에 보내 배터리 셀 리필을 통한 업그레이드까지 받았다. (+4만원)
리필 배터리는 손오공이 초샤이아인이 된 듯 그야말로
엄청난 힘들 발휘해주었다.
......하면 뭐해, 본체가 일주일만에 죽었는데 ㅜ_ㅜ
2. 일본 수리
한 2년 전에 다른 문제로, 이미 일본에 한 번 보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수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장날 때마다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땐 이왕 보내는 거,
기분 좋게 쓰자는 생각에 허름해진 외장까지 한 번 싹 갈았는데,
국제 배송비 포함해서 한 15만원 이상 바쳐야했다.
40만원 정도 주고 산 녀석인데,
추가로 들인 돈만 30만원이 넘는다.
이런 녀석이 사용불가 판정을 받으니
속이 안 아프지 않을 수 없잖은가.
차라리 카메라를 바꾸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이만큼 마음에 드는 녀석도 없단 말이다.
일단 비상용 카메라가 있으니 이 놈으로 찍어보겠지만
마음 한 구석이 연장 후반까지 풀타임으로 뛴 축구선수처럼,
무척이나 시름시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