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없는 한,
삼일 뒤면 출국하여 대만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간간히 돌아오긴 하겠지만,
근 5개월, 길게는 11개월 정도를 외국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새삼스럽게도, 십 년도 더 전
군대 가기 직전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예컨대,
2월 말에 무슨무슨 일이 있다 - 는 소리를 들으면,
아, 그때 나는 한국에 없겠지,
대만 그 더운 곳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겠지 -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함께 어울려 노는 사람들로부터,
발 담구고 있는 사회로부터 유리되어
그대로 잊혀지는 것은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인지,
1999년 5월의 내가 한껏 그랬던 것처럼
밤에 잠도 편히 자지 못하고
악몽 비스무레한 꿈도 많이 꾸고
하는 일 없이 쉬고 있을 때도
문득문득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허덕거리곤 하는 것이다.
막상 가면, 또 잘 적응해서 잘 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심정은, 그다지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
십 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이리 약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