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 많이 오는 건
최근 몇 년 사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게다가 마냥 많이만 오는 게 아니라
한 번은 전장의 북소리처럼 몰아치다가
갑자기 초등학생들 리코더 소리처럼 삑삑거리고,
그러다가 다시 삽겹살 불판에 올릴 때 소리처럼
자글자글 끓어오르다가
어느새 안색을 바꾸어 사이다병 딸 때 소리처럼
알알하게 고개를 쳐드는데,
이랬다저랬다 하기가 여간내기가 아닌지라,
아침에 일어나 창문 밖을 내다볼 때마다, 그리고
퇴근 즈음하여 창문 밖을 내다볼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떻게 회사를(집을) 가지 하는 걱정이
피붓결을 타고 자르르 흘러내리곤 한다.
비가 오면 걸어서 출근(퇴근) 하는 게 보통이다.
회사 앞에 버스도 안 서고 지하철도 안 서거든.
그거 불편해서 어떻게 그렇게 하냐는 분들도 계시던데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걸어서 출근하는데 딱 12분 걸렸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비만 북소리처럼, 리코더처럼, 삼겹살처럼,
그리고 사이다처럼 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