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늘 계산적이라 생각해왔지만
그 교차로에서의 난 오히려 감성적이었다고 생각해.
지금 일기를 보면
정말 논리정연하게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한다고
나를 설득시키고 있고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런데,
그런데 난,
그런데 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어.
그리고 그 이후,
아직까지 목적지가 보이지도 않는 길을 가는 중야.
후진기어를 넣고 돌아가기엔 늦어버렸으니
결국 죽든 살든 여기서 길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지만,
그리고 언젠간 방향을 잡고야 말겠지만
가끔은 생각해.
왜 내가 왼쪽으로 핸들을 꺾지 않았을까.
일기장은 물론 엑셀에 표까지 만들며 이유를 찾아봤지만
나는 아직 모르겠어.
그 옛날 옛적에
왜 그렇게 했는지를, 왜 그렇게 했었야 했는지를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를,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지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