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과 사랑사이.
나는 A를 추구하고
너는 전혀 반대쪽에 있는 A'를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네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
이건 내가 너로 인해 A만 바라보던 눈빛을 돌려
A'를 은근슬쩍 추구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네가 A'를 향해있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A' 역시 좋아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다행, 사랑의 축복.
하지만 내가 여전히 A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삶이라면,
나와 너는 슬퍼진다.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일순 반해
인생을 걸어버린다면, 그리고 끝내 서로의 다름을
통일할 수 없다면
안식할 수 없는 애정은 불안으로 온 몸을 적시며
끊임없이 흔들릴 것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사랑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
그래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순희양은
삼십이대째 절주변을 떠나지 않는 막강한 불교집안인
철수를 만나 그렇게 운명적 사랑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