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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단상] 빤스

문★성 2007.06.12 12:28 조회 수 : 84

나도 이제 다 컸으니

좀 예쁜 빤스를 입고 싶어

큰 돈 들여 상당히 비싼 메이커 빤스를 세 개 샀다

인터넷으로 샀는데

100입으면 헐렁할 듯하여 95로 주문했다.

받았는데 좀 꽉 끼이는 듯했다. 해도 입을만 했다.

근데 안의 태그를 보니

'반드시 손빨래 하시오'라 적혀있었다.

무슨 놈의 속옷을 손빨래를 하냐.

코웃음치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착용전 첫빨래는 손빨래로 했고

두 번째는 그냥 세탁기에 돌렸다. 세 개다 그냥 돌렸다.

다음에 입으니 이 녀석들 중 한 놈이 달라졌다.

줄었다. 작아졌다. 꽉 끼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냥 입었다. 다닐만했다. 다른 놈들은 괜찮았다.


그 다음에도 세탁기에 빨았다.  

괜찮던 두 놈 마저 몸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오기가 생겼다.

그 다음에도 세탁기에 빨았다.

그러니 이 녀석들 더이상 95사이즈가 아니었다.

줄자로 재지는 않았지만 85사이즈라도 된 것 같았다.


입으니까

그냥 조여오는 것을 넘어서

전반적인 몸의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걷기가 힘들어지고

아랫배가 아파오고

뒷통수가 땡겨오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숨이 가빠지고

근력이 떨어졌으며

걸을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온몸의 정신이 빤스로 몰려

집중력이 절실히 감퇴되어

멍한 눈을 한채 업무에 임해야 했다.

이거 내가 졌다.

그래도 도저히 손빨래는 못하겠다. 귀찮아서 못하겠다.


속옷은,

누구 보여줄 것도 아니니

예쁜게 중요한게 아니라

입기 편안하고 관리하기 편한 걸 입어야 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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