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킴벌리클락 본사에서 회의가 있었다.
우리는 대만 본사라고 하지만
걔네들은 타이뻬이 헤드쿼러라고 부르더라.
뭐, 당연한 소리다.
아무튼 짤막하게 한 십 오분 정도 발표가 있었는데
전복죽 한 숟갈 집어 삼키듯 무난하게 잘 마쳤고
긴 회의가 끝난 후엔 편안한 마음으로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왔다.
제법 허름한 공장들에 비해 대만 본사는 시설이
상당히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보였고
이곳저곳 깊숙히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유한킴벌리 서울 본사보다도 좋아 보였다.
작년까지 물티슈, 그린핑거, 메이브리즈 이런 제품
관련 일을 할 때도 관련 업체들을 지겹도록 방문하였고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여러 공장들과 사업장들을
둘러보게 되는데, 시설만 봐도 이 회사나 사업장이
대략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회사나 사업장의 '진실된' 가치가 자연스레 표출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인간 존중이 최우선이다!'라고 해놓고
엘리베이터도 없이 5층 건물을 올라가야 한다거나
화장실에 말라 비틀어진 초록색 비누 하나 올려놓고
손 씻으라고 한다면 그 회사의 주장은 뻥인 거다.
가정도 마찬가지.
'우리 집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거하는 믿음의 집안이다'라고
해놓고 냉장고 열면 맥주와 소주가 각 열 병씩 누워있고
대웅전 본존불상 미니어쳐 삼십 개로 선반을 장식해놓았다면
그 역시 뻥, 거짓 부렁이다.
쓸데 없는 생각 아니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다니며 이런 생각에 혼자 키득거리는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