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퇴근한 후 특별한 대외활동-이를테면 동호회라든가
학원이라든가-없이 집에서 공부하고, 소통하고, 자기관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매일 저녁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근사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집에 들어서면
날 유혹하는 TV와 다퉈야야하고
날 꼬득이는 인터넷과 실랑이해야하며
날 애닳게하는 잠자리와 사투를 벌려야하고
방청소/빨래 같은 집안일과 신경전을 펼쳐야하며
기타 책/장난감/집안배치바꾸기/간식 등등
수많은 거리들과 싸우고,
끝내 이겨야만 겨우 내가 원하는 저녁시간을 쟁취해낼 수가 있다.
그렇다고 그런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오직 내 계획에 합당한 형태로 집안을 운영한다면
그건 그것나름 문제인 것이
집은 어쨌든 쉬기 위해, 피로를 풀기 위해, 새 힘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TV/인터넷 다 끊고 침대버리고 방청소/빨래 손 놓아버리면
그건 그냥 '공간'일뿐 '집'은 아닐터이다.
때문에 집은 전쟁터와 쉼터의 상반된 개념으로
양존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열쇠를 꼽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하루동안 푹 쉬었던 녀석들은
고개를 들고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 것이다.
찬란한 War가 시작되는 것이다.